"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지역은 포스코 경북 포항 본사 기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들끓고 있다.
앞서 1995년 포스코센터가 서울에 생기면서 회장이 자리를 옮기고 돈줄을 쥔 재무부서도 따라 올라갔다. 이때부터 본사는 포항이지만 주요결정이나 예산 등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을 바라봐야 했다. 포항지역 대외활동비용 역시 이 시기를 즈음해서 조금씩 줄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포스코 본사는 포항이지만 포항제철소 측에서 포항을 위해 돈을 쓰기 위해서는 서울 재무실을 향해 읍소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자리 잡고 주요결정을 모두 내리게 되면 지역 홀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은 외지로 떠난 포스코 계열사를 대비해보면 보다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자회사들의 탈포항(?) 선례
포스코건설은 인천에 사옥을 만들어 실질적인 본사 기능을 이전하면서 포항 본사 직원은 점차 감소해 2012년 800여명에서 2016년 600명, 현재 250명으로 줄었다.
포스코ICT 역시 본사는 포항이지만 재무, 인사 등 주요부서는 경기도 분당 판교사무소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차전지소재 사업 확대를 위해 서울과 세종시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포항 본사 홍보실을 사실상 폐쇄하고 서울사무소 홍보실 인력을 더욱 늘리는 등 그나마 남아있던 포항의 기능마저 서울로 옮겼다.
포스코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인재창조원도 포항에만 있다가 포항캠퍼스, 송도캠퍼스, 광양아카데미, 서울아카데미로 기능을 쪼갰다.
여기에 더해 2010년 인천에 자리 잡은 포스코글로벌연구개발센터에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30명이 배치되기도 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계열사까지 포항을 떠나는 추세에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포스코 본사가 포항이기 때문에 최정우 회장이 공식 행사를 위해 포항을 찾고, 또 포항시장이나 국회의원 등과의 만남을 가져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발전을 위해 목돈이 들어가는 굵직한 현안도 함께 해결했다.
최근 포스코가 포항에 선보인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예술작품 '스페이스워크'가 그 대표적 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개장 한 달 만에 7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을 정도로 인기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지만 포스코가 뒤를 든든하게 받쳐준 덕분에 사업은 성공했다.
이외에도 포스코는 지역장학사업, 자매마을 지원, 소상공인 및 벤처지원 사업, 취업연계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본사 지역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다.

◆신설 미래기술연구원 '탈포항 신호탄'
포스코는 지역의 뜻과는 별개로 이미 포스코홀딩스의 두뇌역할을 할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에 개관했다. '탈포항'의 신호탄을 포스코가 쏘아 올린 셈이다.
미래기술연구원은 그간 포스코의 철강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던 포스코기술연구원과 성격이 비슷하다.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본사를 두면 포항과 광양 등의 인력 일부 이동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설된 포스코홀딩스 인원 200여명을 채워야 하는 까닭이다.
또 그간 포항에 있는 포스코 본사와 서울 포스코센터가 투자 등 주요결정을 했지만 앞으로는 포스코홀딩스가 이런 역할을 도맡게 된다면 포항이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제철소 등 생산시설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별도로 신규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취득세와 등록세 확보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들의 바람과 달리 '탈 포항'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포스코의 행보에 포항시민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 출범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되더라도 포항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인력은 없다. 또 매년 포항에 내는 법인세 등 세금도 변함없다"면서 "계획된 철강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되며 2050년 친환경 생산체제인 수소환원제철공정 전환에도 투자가 많이 이뤄질 예정에 있다"고 밝혔다.
◆철강에서 벌어 신사업 투자인데
현재의 구조로도 포스코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이익을 내고, 자체 철강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그룹의 확장과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민들은 지주사전환이 '최정우 회장 장기집권', '중대재해법 회피' 등의 이유로 해석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수장을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맡고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사장직을 신설하면 최 회장은 중대재해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또 제철소 가동으로 환경오염 유발 등 위해요소는 지역에 떠넘기고, 기업의 책임은 서울에서 펼치겠다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
포항 상공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되면 수장의 영향력은 막강해지고 사고 등 책임은 피할 수 있다"며 "최정우 회장이 아닌 지역과 소액주주 등 모든 이들이 이로운 방향으로 지주사 전환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지역 경기에서 포스코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포항시가 느끼는 것은 우려가 아니라 공포 수준이다.
포스코가 최근 10년 간 포항지역 사회공헌 5건 409억5천만원에 달한다. 최근 10년 간 포항제철소에 투자됐거나 진행 중인 것을 합치면 3조6천897억원이다.
하지만 향후 투자가 예정된 것은 영일만산단 양극재공장 건설에 투입하기로 된 6천억원이 전부다.
포항시 관계자는 "새로 만들어지는 미래기술연구소가 서울에 입지 한다는 것은 심각한 탈포항의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포스코가 미래 기술 수소·배터리 등 신사업의 투자에 대해 전혀 포항시나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없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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