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남자 결선에서 신재환(23) 선수는 8명 중 여섯 번째로 도약했다. 도움닫기에 이어 도마를 짚고 날아올라 공중에서 세바퀴 반 비튼 뒤 착지했다. 4초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다. 금메달을 안겨준 최고 난도 기술이었다.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옆에서 누구보다 기뻐하던 사람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기계체조 국가대표팀 트레이너인 신경환(31) 씨다. 신 씨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맡고 있다. 현재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지내며, 올해 9월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2015년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를 졸업했다.
◆고교 2학년 물리치료사의 헌신에 감명
물리치료사의 꿈을 키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신 씨는 "몇 달 동안 목발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다쳤는데 재활을 도와준 병원의 물리치료사 선생님을 보면서 보람이 큰 일이라고 느꼈다. 내가 왜 아픈지와 어떤 이유때문에 움직이기 힘든지 등을 매우 상세히 설명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진로를 희망하게 됐다"고 했다.
2010년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에 입학한 신 씨는 2015년 졸업 후 대구 박병원에 취업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물리치료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야였다. 그러다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2018년이다. 어느 날 그에게 한 남성이 허리를 부여잡고 찾아왔다. 거동이 힘들었던 그는 자신을 이종격투기 선수라고 소개했다. 심각한 허리 디스크 통증으로 은퇴까지 고민한다고 들었다.
신 씨는 "남성의 표정을 보고 통증을 없애 주는 것을 넘어서 반드시 재기를 돕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했다. 남성을 치료하고자, 퇴근 후에도 재활 관련 지식을 채우기 위해 책상을 떠나지 않았다. 다시 일어선 그 남성은 결국 챔피언에 올랐다. 신 씨는 "남성이 챔피언에 등극한 바로 다음 날 온몸에 멍이 든 채로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너무나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신 씨는 운동선수 전담 물리치료사가 되고자 도전에 나섰다. 물리치료사 채용 공고가 날 때마다 입사 원서를 넣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신 씨는 2019년 체조 국가대표팀 트레이너에 합류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유망한 물리치료사의 길
신 씨는 물리치료사를 희망하는 이들이나 학과 후배들을 만나면 "물리치료사들에게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말부터 꺼낸다. 그는 "무자격 팀 닥터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각 종목 스포츠팀마다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력을 뽑기 위해 혈안이다. 병원 등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스포츠팀에서도 물리치료사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 씨가 졸업한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는 1975년 대구경북에서 최초로 문을 열었다. 현재까지 6천8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장 곳곳에 선배들이 포진해 있어서 서로 도움 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대구보건대는 국가고시를 마친 3학년 때 학교가 제공하는 각종 특강 프로그램이 유익하다. 신 씨는 "졸업 후 도수 치료 등 개인 역량과 기술력을 쌓기 위해 수백만 원을 들여가며 세미나에 참여하는데 학교에서는 재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특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고 치켜세웠다.
대구보건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하나로 카데바(인체해부) 실습과 근골격계 물리치료, 신경계 물리치료 등 다양한 특강을 재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전국 물리치료과 가운데 유일하게 야간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첨단 실습 장비도 갖추고 있다. 201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수중치료실을 구축했다. 아울러 등속성 운동장비, 보행훈련 분석 장비, 초음파 진단기 등을 보유하고자 재정적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신경환 씨의 목표는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부상으로 꿈을 잃은 운동선수의 재활을 돕는 일이다. 그는 "스포츠 현장에 있다 보니 어린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한다. 어린 선수들이 재활에 성공해 다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물리치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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