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88억 들인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 허물고 다시 짓나?

수성구청 3년 전 준공 '호화논란'…재건축조합 진입도로 위해 타진
대체부지·건물 마련하겠다지만…재정·행정자원 낭비 비판 불가피
구청 “납득할 수 있는 위치·규모, 개방형 주차장 설립 조건부 검토”

88억원을 들여 2019년 준공한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 전경. 바로 우측으로 재건축 사업 시행 시 14m로 도로 확장이 필요한 동대구로 73길이 뻗어 있다. 김윤기 기자
88억원을 들여 2019년 준공한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 전경. 바로 우측으로 재건축 사업 시행 시 14m로 도로 확장이 필요한 동대구로 73길이 뻗어 있다. 김윤기 기자

대구 수성구청이 88억원을 들여 3년 전 지은 범어3동행정복지센터를 허물고 다른 곳에 신축 이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재정 및 행정 자원을 낭비했다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수성구청과 인근 지역주택조합은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를 철거하고 새로운 장소에 신축 이전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구청과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조합 측에서 자신들이 비용을 부담하고 대체부지와 건물을 마련하면 이전이 가능한지 의사를 물었고, 구청이 최근 조건부 수용 방침을 밝혔다.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2천267.1㎡(687평)의 이 행정복지센터는 88억원을 들여 2019년 2월 준공된 건물이다. 건축 당시에도 일반적인 행정복지센터 건축비의 3배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호화센터' 논란이 일었다.

조합이 행정복지센터 건물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려는 이유는 대규모 재건축이 추진되면 진입도로 확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행정복지센터 건너편 상가 건물보다는 행정복지센터 방향으로 도로를 확장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이런 제안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복지센터 주변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 조합은 지난해 5월 설립인가를 받고 이 일원에 약 1천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 측은 지난해 12월 대구시 교통영향 평가에서 행정복지센터 남쪽에 있는 기존 8m폭의 동대구로 73길을 14m까지 확장해 주출입구로 쓰는 방안을 내놔 심사를 통과했다.

수성구청은 납득할 수 있는 위치와 규모로 조합의 제안이 들어오면 공식적인 검토에 나서겠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 행정복지센터 부지는 인근 주민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주민개방형 주차장을 만드는 방안을 수용 조건으로 내걸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조합원 다수가 수성구민이고,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조합이 합리적인 제안을 해온다면 구청에서도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겠냐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센터 신축 당시는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으로 대규모 재건축을 예측하기 힘들었고, 건축 당시 도로 부지를 미리 확보하는 방안까지는 검토하지 못했다"고 했다.

조합 측은 구청에 기본 입장을 물어봤을 뿐 이전후보지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정해지거나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는 "현재 교통영향 평가를 통과했지만 건축심의를 남겨둔 상태고 건축심의에도 다시 같은 내용을 다룰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유동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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