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정당의 대권주자들과 포항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포스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반대하고 있지만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귀 막고 직진'을 택했다.
포스코와 주민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15일 오후 포항제철소의 127개소 자매마을 담당자, 리더, 공장장, 협력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포스코홀딩스 설립 및 서울 본사 등의 당위성을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또 지역주민들에게는 마스크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등을 나눠주며 관련 설명을 하라고도 했다.
관련 직원들 상당수는 포스코홀딩스 설립 이유와 본사 서울에 대한 당위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지시여서 부담감이 크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직원들은 포스코홀딩스 본사 위치 문제에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정우 회장의 직진에 이해관계인으로 가장 먼저 손을 보탠 것은 포항제철소 협력사회장이다. 공윤식 회장은 14일 기고를 통해 "지주사 전환은 탈 지역이 아닌 지역과 함께 더 큰 미래성장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세수감소 없고 인력변동 없기에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에 모두 협력해 달라"며 지역민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16일에는 포스코 측이 직접 보도자료를 내고, 지주사 체제 전환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을 기정사실화했다.
포스코 김학동 부회장은 "철강과 신사업 간의 균형성장을 가속화 하고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 판단했다"며 "지주회사가 생겨도 포항에서 생산, 세금, 고용, 투자 등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 성장이 둔화되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지역사회에도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지만 지주사로 전환되면 다양한 사업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 지역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17일부터는 '포스코가 포항을 떠난다.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의 합리성을 알리는 설명자료를 만들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포항시민들에게 무작위로 전달하고 있다. 18일에는 포스코와 협력사 등 관계인들의 카카오톡 배경화면에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을 전제로 한 지역약속을 담은 문구를 일제히 게재하도록 했다.
여기에다 포항제철소 주요 간부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인재유치와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 확보 등을 위해 포스코홀딩스 본사 위치가 서울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 한 간부는 "철강사업을 더 키우는데 주력할 것이고, 앞으로 투자 역시 포항과 광양 밖에 할 곳이 없는데, 지역에서 우려하는 게 너무 과하다. 포스코 본사 기능 축소는 포항시 오해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처럼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을 중심으로 포항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 회장은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설립되더라도 포항에 대한 투자는 변함없다며 포항시민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앞서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내에 화력발전설비 신설을 바라며 주민들의 뜻을 모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약속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당시 포스코는 한국전력으로부터 전기를 구입하는 비용(수전비용)이 늘어 2022년이 되면 포항제철소 문을 닫아야 한다며 화력발전설비 신설을 추진했다.
포항시민 32만명이 넘게 포스코의 손을 들어줬지만 환경부가 허가하지 않아 화력발전 설비신설은 무산됐다. 2022년이 된 요즘 경영변화로 해당설비가 없이도 포스코는 최고의 영업성과를 내게 됐고, 이런 점만 봐도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 이후 지역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실제로 포스코홀딩스가 경영주도권을 쥐고, 앞으로 2차전지 소재와 수소 등 신성장 사업에 주력하게 되면 그만큼 철강사업의 투자분이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포스텍(포항공대) 한 교수는 "현재는 철강사업이 주력이기에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제철소 설비가 노후되고 투자분이 계속 늘게 되면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포스코가 포항시를 자양분 삼아 지금의 성장을 이룬 사실을 인정한다면 포스코홀딩스 설립안에 그에 걸맞은 책임경영의지가 담겨야 한다"고 했다.
포항상공회의소 위원은 "현재 포스코 본사는 포항이지만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대외적인 일을 다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도 그렇게 운영하면 될 일이다. 경영주도권을 포스코홀딩스로 넘기고 본사가 서울로 가면 포항의 미래는 안 봐도 뻔한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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