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안철수는 왜 싸우는가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제20대 대선 양상이 한두 달 전과 많이 달라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조건 없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 안철수가 씨름의 샅바를 제대로 잡는 길이고, 승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지율 추이를 볼 때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가 완주하는 다자 구도에서도 윤 후보가 승리한다면 안 후보의 패배는 안 후보 본인과 국민의당 패배에 국한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안 후보 본인의 패배는 물론이고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국민 약 55%의 패배가 된다.

안 후보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지금 안 후보는 싸워야 할 대상과 싸우지 않고, 고지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안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은 악조건 속에서 의미 있는 싸움을 펼치고 있다고 여길지 모른다. 글쎄다. 안 후보가 진짜 이기고 싶다면 윤 후보와 단일화로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승패를 겨루는 진짜 싸움이고, 담대한 도전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 안 후보의 싸움은 싸움을 위한 싸움처럼 보인다.

선거 전문가들은 '야권 후보 단일화' 없이 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역성혁명(易姓革命)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만큼 정부·여당이 가진 패가 많고, 동원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설령 윤 후보가 안 후보와 단일화 없이 승리하더라도 다음 총선까지 향후 2년은 '식물 정부'가 될 것이 자명하다. 윤과 안이 '단일 팀'이 돼야 그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

20대 대선의 판세를 결정 짓는 전투는 '야권 후보 단일화'이다. 안 후보는 바로 이 전투의 선봉에 서야 한다. 그것도 '조건 없는 야권 후보 단일화' 깃발을 들어야 한다. 조건을 다는 순간 단일화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단일화 조건으로 맺은 '약속'은 별 의미도 없다. 정치인 안철수를 지키는 힘은 '양당 간 약속'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다.

싸워야 할 곳에서, 싸워야 할 대상과 싸우지 못하면 열 번을 이겨도 큰 상(賞)을 받지 못한다. 역사 속의 수많은 맹장(猛將)들이 제후가 되지 못한 까닭이 거기 있다. 안 후보가 그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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