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을 확정한 10일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외교·안보 관련 행보를 시작했다. 한미동맹 강화, 실용주의 외교 등 평소 철학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됐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20분가량 전화 통화를 했다.
국민의힘은 윤 당선인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국제협력을 주도하고 있다"고 경의를 표하며 "북한이 연초부터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더욱 굳건한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 앞으로도 한반도 사안에 대해 더욱 면밀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통화에서는 "취임 후 백악관을 방문해달라", "조만간 뵙기를 희망한다"는 약속이 즉석에서 오갔다.
이날 통화는 미국 측 요청에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10일 오후 10시나 11일 오전 10시쯤 통화하는 것으로 예정됐으나 이날 오전 7시쯤 '조금 더 일찍 통화하자'는 바이든 대통령 측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이날 오전 9시 45분(국내 시간)부터 10시 15분 사이에 바이든 대통령 일정이 비어있다"며, 그 무렵 통화를 요청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오전 10시 예정이던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30분 미루고서 이에 응했다.

윤 당선인의 외교 분야 참모인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의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했다. 이들은 집무실이 아니라 자택에 있었던 만큼 미국 측에 양해를 구하고 스피커폰을 켠 채 김 전 차관이 윤 당선인 옆에서 그의 발언을 통역하는 식으로 대화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비상인 가운데도 서둘러 통화하고자 했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나가자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한미동맹을 굉장히 강조해왔기 때문에, 미국 국무부 등도 이를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분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통화를 강력히 건의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같은 날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대국민 당선 인사를 할 때도 외교·안보 정책 구상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거듭나겠다"며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 존중의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겠다. 지역별로 특화된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경제 안보 외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일본과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은가'라고 묻자 윤 당선인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하는 것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그걸 잘 찾아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 양국 과거사에 얽매기보다 미래의 우호적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실용적인 태도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11일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대사의 예방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 일정을 조율 중이며, 조만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통해 축전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에 이른바 '4강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사단에 대해선 윤 당선인에게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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