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죄과(罪過)는 엄청나다. 그중 으뜸을 꼽으라면 국민 분열이다. 5년 동안 국민을 동과 서, 남과 여, 장년과 청년, 진보와 보수로 갈가리 찢었다. 조국 사태 때 대한민국 수도가 '조국 물러가라'는 광화문 시위와 '내가 조국이다'는 서초동 시위로 갈라진 것은 그런 분열을 압축해 보여줬다. 문 정권은 이를 더 부채질했다. 그것이 자신들의 이권 카르텔을 보호·강화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악화된 국민 분열은 이번 대선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역대 대선 최소 득표율 차이로 당선된 것은 국민 분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잘 보여줬다. 0.73%포인트 차이는 국민이 정확하게 두 진영으로 갈라졌다는 것 말고는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말해 준다. 국민 통합이다. 윤 당선인이 대선에 뛰어들면서 내건 '공정' '상식' '정의'도 국민 통합이 바탕이 돼야 제대로 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상식·정의도 '내 것'과 '네 것'으로 찢어진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이 당선 확정 직후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한 것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짚은 것이다. 그는 "지역이나 진영이나 계층이나 이런 거 따질 것 없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어디에 계시든지 다 똑같은 이 나라 국민이고 모두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이제 우리의 경쟁은 일단 끝났다"며 "모두 힘을 합쳐서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통합이 다가 아니다. 통합과 함께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문 정권 5년 적폐의 청산이다. 문 정권 5년은 불공정, 몰상식, 불의가 판을 친 오욕(汚辱)의 시간이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가짜 스펙을 만들어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냈다. 그 사람에게 대통령은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청와대가 앞장서 대통령 친구를 시장으로 만들었고, 법무부 장관은 이를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7천여억 원이나 들여 보수한 원전이 조기 폐쇄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이었을 때 성남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수천억 원이 소수의 민간업자에게 넘어갔다.
모두 국민 통합을 이유로 넘어갈 것이 아니다. 이를 못 본 체하고 새 시대를 열 수는 없다. 문 정권이 5년간 무슨 짓을 했는지 환히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공정한 척, 정의로운 척하며 뒤로는 온갖 반칙을 저지르고 특권을 탐닉해 온 '운동권 사기꾼'을 우리 사회에서 쓸어내야 한다.
이것이 국민 통합과 함께 윤 당선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다. 윤 당선인은 이미 그러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을 두고, 나라 경제를 살릴 수가 있겠는가. 국민을 편가르기하면서 이익을 보는 세력을 두고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는가.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신뢰 없는 사회에 도전과 혁신이 자랄 수 있겠는가"라며 "곳곳에 둥지를 튼 권력의 새로운 적폐, 부패의 카르텔을 혁파하겠다"고 했다.
국민 통합은 이런 대청소와 병행돼야 진정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 퇴장하는 권력은 '정치 보복'이라며 격렬히 반발할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에 위축돼서는 안 된다. 그의 뒤에는 공정·상식·정의의 회복을 바라는 많은 국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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