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스승인 플라톤과 함께 2천여 년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런 그가 과학자였다면?
실제로 그는 생물학자이자 과학자였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에게해(海) 동쪽 작은 섬 레스보스의 라군(석호‧潟湖)에서 500여 종이 넘는 동물을 관찰해 책 '동물 탐구'를 썼다. 몸소 바닷가로 걸어간 대철학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약 110가지 동물의 해부학적 구조를 연구하고 설명했다. 카멜레온과 갑오징어를 산 채로 해부하기도 했다. DNA와 유전자에 대한 엄밀한 개념이 없던 시기에 그는 이미 유전학자였고, 자신만의 생물 분류 체계를 만들고 있었다.
'과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매료된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생물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위대한 그리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 최초 생물학자였다"는 논지를 펼치며 그의 연구를 재구성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서양 사상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그가 가장 사랑한 주제는 생물학이었다. 그는 동물에 관한 방대한 논문을 썼고, 그들을 해부하고 분류했으며,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먹고 번식하는지를 기록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을 연구하는 대신 논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많은 것을 제대로 볼 수 없다"라고도 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동물 탐구'를 중심에 두고, 철학자의 명성에 가려져 있던 아리스토텔레스를 생물학자로 재조명한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과학적 입장 등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책의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고 비평한다. 학문적 한계를 드러낸 부분에 대해선 냉철한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다 철학과 자연과학을 아울러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한번에 취합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신선하다. 책을 따라가다보면 유배지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지은 조선 후기 정약전의 모습이 이따금씩 떠오르는 건 또 다른 재미다. 758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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