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이야기] 세균이 만든 전기, 휴대폰 충전에 쓴다!

미생물 연료전지

세균이 만든 전기
세균이 만든 전기

소보로 빵처럼 생긴 세균에 전기를 걸면 끌려올까?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대장균과 같은 식중독균의 검출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계획을 세울 때가 생각난다. 당시 나는 자석을 이용해 모래 속 철가루를 끌어당겨 모으듯이 전기를 걸어서 세균을 모아서 식중독균 검출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식중독균을 오래 연구한 교수로부터 말도 안되는 계획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그렇지만 내친 김에 나는 실험에 돌입했다. 그리고 얼마 후 세균들이 담긴 용액에 전기를 가하자 양극으로 끌려오는 것을 나의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처럼 세균은 전기에 반응한다.

최근에 마치 농장에서 젖소를 키워 매일 우유를 얻는 것처럼 작은 챔버에 세균을 넣고 먹이를 주어 매일 전기를 생산하도록 하려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기뱀장어가 수 백 볼트의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세균이 전기를 생산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제 전기를 만드는 세균을 만나보자.

◆전기 만드는 세균 & 미생물 연료전지

세균이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백 년 쯤 전에 밝혀졌다. 1911년에 M.C. 포터가 포도주나 맥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인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Saccharomyces cerevisiae)를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한 것이 미생물 연료전지 연구의 시작이었다. 1931년에 바넷 코헨이 반쪽 미생물 연료전지를 만들어 전류 2 밀리암페어와 전압 35 볼트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렇게 시작된 미생물 연료전지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폐수 처리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l)는 세균과 같은 미생물을 이용하여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쉽게 말하면 작은 챔버에 세균을 넣고 달콤한 먹이를 주면서 전기를 생산하도록 하는 장치다. 이 장치의 구성은 양극 챔버와 음극 챔버가 있고 그 사이에 양이온 교환막이 있다. 그리고 두 챔버에 각각 양극과 음극 전극이 있고 이 전극들이 외부 도선에 연결되어 있다.

전기 뱀장어
전기 뱀장어

◆세균이 전기를 만드는 원리

보통 세균이 가득 담긴 통에 전극을 꽂는다고 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균이 전기를 생산하도록 조건을 맞춰줘야 한다.

세균은 산소가 충분히 많은 조건에서 달콤한 당을 먹으면 잘 소화시킨 다음에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꿔버린다. 이것으로 끝이다. 그러니까 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는 세균이 당을 먹으면 이산화탄소와 양성자 및 전자가 만들어진다. 바로 이거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를 금속 도선을 이용해 이동시키면 바로 전기가 생산되는 것이다.

세균이 전자를 만들도록 하는 것에 더해서 지속적으로 계속 전자를 만들어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양극과 음극 챔버들의 산화환원반응 조건을 맞춰줘야하며 양이온 교환막을 통해 양이온을 반대편 음극 챔버로 이동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세균이 만든 전자를 붙잡아서 전극을 통해 외부 회로로 이동시켜 빼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미생물 연료전지의 여러 구성요소를 최적화해줘야 한다.

전기를 만드는 세균에는 대장균(E. coli), 에어로모나스 하이드로필라(Aeromonas hydrophila), 지오박터 메탈리레듀센스(Geobacter metallireducens), 슈와넬라 푸트레파시엔스(Shewanella putrefaciens) 등이 있다.

◆세균이 만든 전기는 진짜 전기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태양전지, 풍력발전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동물이나 세균이 만든 전기도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기와 똑같은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이벤트가 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전기뱀장어를 이용한 이벤트가 2017년에 진행되었다. 전기뱀장어 4마리가 있는 수조 옆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였다. 전기뱀장어가 찌릿찌릿 전기를 만들어내자 수조와 연결된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가 반짝반짝 빛났다.

최근에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고드프레이 카아제 교수팀의 연구실에서 세균이 만든 전기를 이용한 이벤트가 있었다. 세균이 들어있는 미생물 연료전지 옆에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연결했는데 세균이 만든 전기를 이용해 LED 전구에 불이 반짝반짝 들어왔다. 이를 통해 전기뱀장어와 세균이 만든 전기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줌을 이용한 휴대폰 충전

영국의 배스대학 CSCT 연구팀은 오줌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작은 연료 전지를 2016년에 개발했다. 오줌을 연료전지에 넣으면 그 안에 있던 세균이 직접 오줌 속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전기를 생산한다. 미생물 연료전지 하나는 입방미터당 2 와트를 생산할 수 있어서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고 이 연구팀은 설명하였다.

사람의 오줌으로 전기를 만드는 대중적인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영국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음악 및 행위예술 축제인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있었던 일이다. 영국의 브리스톨 웨스트잉글랜드대학 연구팀은 2015년부터 수 년 간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축제에 온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소변을 모은 후 이 오줌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었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소변을 5일 정도 모아서 전기 300 와트시(Wh)를 생산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는 전구를 밝히거나 휴대폰과 여러 전자기기 충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폐수를 이용한 전기생산

온갖 오물이 섞인 폐수를 우리는 쓰레기 취급하지만 세균은 좋아한다. 바로 폐수 속에 포함된 각종 유기물이 세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수를 세균에게 넣어주어 그 속의 유기물을 분해하도록 함으로써 폐수 처리비용을 아낄 수 있고 덤으로 전기도 생산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호주 퀸즈랜드 대학교 연구팀이 2007년에 미생물 연료전지를 이용하여 10 리터의 폐수를 처리하는 실험을 시범적으로 진행했다. 이 연구팀은 폐수를 이산화탄소와 깨끗한 물로 바꿨으며 전기도 생산하였다. 이처럼 21세기 초반부터 미생물 연료전지를 폐수처리에 이용하여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이 기술을 대규모 폐수처리 시설에 사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로비엘과 플랜트-이 등과 같은 스타트업이 미생물 연료전지를 상용제품으로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머지않아 버려지는 폐수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우리집 화장실이 발전소로 변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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