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및 각종 사치 논란이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와 친문(親文) 인사들의 해명과 두둔이 나올 때마다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민심의 분노는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신혜현 부대변인은 29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정숙) 여사의 공식 행사 의상과 관련해 특수활동비 사용 등 근거 없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서 "대통령 비서실의 특수활동비가 국방, 외교, 안보 등의 사유로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점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사실과 다르게 주장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순방 의전과 국제 행사용으로 지원받은 의상은 기증하거나 반납했다. 국가 간 정상회담, 국빈 해외 방문, 외빈 초청 행사 등 공식활동 수행시 국가원수 및 영부인으로서의 외교 활동을 위한 의전 비용은 행사 부대 비용으로 엄격한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에서 예산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수활동비 등 국가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김정숙 여사가 착용했던 표범 모양의 브로치가 명품인 까르띠에 제품이라는 의혹에 대해서,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해당 브랜드 측에서도 자사 제품이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얼핏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의 입장 설명은 곰곰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이상하고 어색해진다. 신혜원 청와대 부대변인의 브리핑은 이날 오후에 열렸지만, 이에 훨씬 앞서 이날 아침 친(親)문재인 정권 성향의 대표적 방송인 김어준 씨(교통방송 뉴스공장)는 청와대 브리핑과 유사한 내용을 이미 대중들에게 퍼뜨리고 있었다. 문재인의 청와대와 김어준 씨 간에 일종의 커넥션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신혜원 청와대 부대변인의 설명도 모순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동안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의 옷값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대해 '국가기밀'이라면서 항소함으로써 사실상 공개를 거부했다.
신 부대변인은 김정숙 여사의 의류 등은 사비로 구입했고 특활비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사비로 구입한 의류 목록과 가격이 청와대가 그동안 말해온 국가기밀일 수는 없다.
또 '순방 의전과 국제 행사용으로 지원받은 의상은 기증하거나 반납했다'고 했다. 누구로부터 의상을 지원받았느냐 하는 것도 논란거리이지만, 독특한 체형의 김정숙 여사가 입었던 옷을 기증하거나 반납했다는 설명도 어색하다.
다만, 2018년 프랑스 방문 때 화제가 됐던 명품 샤넬 의상은 대여받아 사용한 뒤 반납했고, 원래 소유주였던 샤넬 측에서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해 현재 전시되고 있다는 설명은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진실에 부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나머지 의상에 대해서는, 동일한 설명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숙) 여사 의류는 모두 사비로 구입한다"면서 규모에 대해서는 "공개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믿기 어려운 말이다. 현재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정숙 여사의 의류만해도 200여 벌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반지, 팔찌, 브로치 등 각종 액세서리와 추가적인 다양한 의상들을 생각하면 그 숫자는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2021년 신고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부부의 재산은 20억7천만원(예금 6억4천만원, 부동산 16억2천만원)에 불과하다. 정말로 김정숙 여사가 자신의 사비로 의류 등을 구입했다고 하면, 문재인 대통령 부부의 재산은 현재 어느 정도 남아있어야 할까 의구심이 든다.
중요무형문화재 107호 김해자 누비장인은 30일 "김(정숙) 여사가 2017년 영부인이 된 직후 수행원 2명과 함께 경주 공방을 직접 찾아와 누비 2벌, 일반 치마 저고리와 두루마기 각 1벌을 사갔다. 이와 별도로 원단을 직접 가져와서 1벌을 맞춰갔다. 총 700만원어치였고, 결제는 전액 5만원권 현찰로 했는데, A 비서관이 종이봉투에 담긴 돈을 건넸다"고 조선닷컴에 말했다.
김해자 누비장인은 또 "그해인가 그 다음해인가는 김 여사가 휴가라며 경주 공방에 들러 300만원짜리 한복 코트를 맞춰갔고, 그때도 같은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졌다. (김 여사가) 옷을 살 때마다 A 비서관과 의상 담당자 등 3명이 함께 왔다"고 설명했다.
김정숙 여사는 김해자 장인으로부터 사간 옷 가운데 한벌인 누비를 그해 7월 방미(訪美) 때 입고 있다가 허버드 전(前) 주한 미국대사 부인인 조앤 허버드 여사가 "아름답다"고 하자 즉석에서 벗어 선물했다.
의심이 드는 대목은 김정숙 여사는 왜 사비로 옷을 구입하면서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비서관을 통해 현금으로 지불했을까 하는 점이다. 솔직히 그 현금이 과연 김정숙 여사의 개인 돈이라는 것부터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는다.

표범(또는 호랑이) 브로치 논란에 대한 설명도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까르띠에 관계자는 28일 언론을 통해 "(김정숙 여사 사진 속) 브로치는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 아니다. 까르띠에 코리아는 특정 시점을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그때부터 브로치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상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진만으로는 진품 여부를 알 수 없고, 우리는 고객에게 진품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는다. 까르띠에 코리아에서는 브로치를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외국 까르띠에 지점에서 판매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김정숙 여사의 '표범 브로치'는 까르띠에 코리아에서 판매한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외국에서 구입한 진품'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는 사이에, 남대문 시장의 액세서리 업자가 '호랑이 브로치'를 제작해 김정숙 여사와 친분이 있는 디자이너에게 '협찬'을 했고, 디자이너는 호랑이 브로치를 김정숙 여사에게 '선물'했다는 제보가 모 언론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것은 제보를 받은 언론사가 이런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탁현민 비서관이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다고 전해진 점이다.
무언가 김정숙 여사와 관련된 스캔들에 대해 청와대에서 '진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특히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비서는 입이 없다'는 청와대의 전통적인 룰(rule)을 깨고 전투적(?) 공세를 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급기야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탁현민이 김정숙 '옷값 스캔들'에 한 마디 했다. '남의 옷장 여는 거 아니지~'란다"라며, "'김정숙의 옷장'이 남의 옷장? 아니다. 국가행사를 위한 '국민의 옷장'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그냥 사사로운 한 여성의 '프라이버시 옷장'이 아니다. 당연히 '영부인' 김정숙의 옷장은 늘 문이 열려있어야 마땅하다" "(청와대 입장은) 즉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 김정숙 개인 카드로 썼다면 공개하기 쉽다. 저 같으면 칼같이 공개한다"라면서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은 취임 초기 '옷값 등 특활비 7억원 사용 의혹'을 주장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모함했다. 주의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옷값으로 국민 세금 7억원을 사용했다는 것이 아니다. 특활비를 사용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 (공식적 외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옷값을 포함해 임기 중에 사용한 특활비가 7억원이라는 '주장'일 뿐이다.
이랬던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런 법적 지위가 없는 자신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관련된 옷값 논란이 터지자 '국가기밀'을 내세우고, "모두 내 돈으로 구입했다"면서도 그 내역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은 가릴 수 있어도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아무리 어리석고 우둔해 보이는 국민일지라도 한두 번 속지, 더 이상 계속해서 속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어리석은(?) 국민일수록 분노가 쌓이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알아야 한다.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국민의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옳은 길이고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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