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족에겐 '침묵' 이은해·조현수 2년 전 만났던 경찰에겐 "죄송해요"

수사망 좁혀오자 이은해 부친에게 자수의사 밝혀
부친이 경찰에게 오피스텔 주소 알려줘, 동행도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공개수배 17일 만인 16일 검거돼 인천지검으로 압송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씨 등은 이날 정오 이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모 오피스텔에서 검거돼 오후 4시 10분쯤 고양경찰서에 도착했다. 경찰서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범행을 인정하나", "유족에게 할 말 없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 씨는 검정 모자에 카키색 긴 점퍼 차림이었으며, 조 씨는 베이지색 모자에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해 얼굴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들을 체포할 당시 오피스텔에는 이 씨와 조 씨만 있었으며 조력자는 없었다.

이들이 도주 4개월 만에 검거되기까지 이 씨의 아버지가 딸에게 자수를 설득하는 등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날 오전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혔다. 이 씨 아버지는 "딸이 자수하려고 한다"며 오피스텔 주소를 경찰에 알려줬고, 오피스텔을 찾아간 경찰관들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피스텔에는 이 씨와 조 씨 둘뿐이었다. 이들은 경찰 수사관이 "문을 열라"고 하자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후 고양경찰서 안으로 들어가 2년 전 자신들의 혐의를 밝혀낸 경찰 수사관과 조우했다. 수사관이 말을 건네자 이들은 "죄송해요"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앞으로 이들의 구체적인 도피 과정 등을 차차 밝혀낼 예정이지만, 이들은 은신하던 중 종종 먹을거리 등을 사러 외출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찰서에 10여분간 머물렀다가 수사를 맡은 인천지검으로 압송됐다. 고양경찰서 관계자는 "체포영장 상 매뉴얼에 따라 검거지에서 가장 가까운 경찰서로 데려갔다가 이들의 신병을 수사 주체인 검찰에 인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5시 10분쯤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이들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써 얼굴을 거의 가린 채로 취재진을 지나쳤다.

이 씨는 내연남인 조 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A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A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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