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사라진초밥십인분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찰의 자택 압수수색으로 '사라진초밥십인분'이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가 경기도 법인카드 횡령 사건으로 자택을 경찰에 의해 압수수색당했다는 것으로 오해하시면 곤란하다.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로 혈세를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김혜경 부부가 아니라, 2030으로 보이는 장난끼 많은 네티즌이다.

대선 기간 이재명 후보 홍보 목적으로 개설한 웹사이트 게임 '재밍'에서 1위로 랭크된 닉네임은 '사라진초밥십인분'이었다. 이 밖에 '나다짜근엄마' '아주짝은엄마' '법카쓰고싶다' '혜경궁스시야' 등이 상위에 랭크되었다. 이재명·김혜경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횡령 의혹을 비롯한 각종 사건과 관련한 청년들의 풍자와 해학을 엿볼 수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를 홍보하려던 민주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적 선동'이나 '해킹'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청년들을 무더기로 경찰에 고소한 집권 여당 민주당은 치졸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 같다. '사라진초밥십인분' 계정주 A씨는 해킹 의혹을 부인하며 "굳이 비유하자면 스타크래프트에서 자원이 늘어나는 치트키를 입력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재밍 게임의 수준이 워낙 허접한 탓에 점수가 올라간 뒤 본인도 당황했다"고 했다. A씨의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은 남 탓에 앞서 본인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수정했어야 한다.

경찰 역시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작 국민 혈세를 횡령한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해프닝성 사건에 과잉 반응하는 행태가 한심스럽다. 인터넷 여론 조작의 최정점은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바둑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자리에 올라 임기 5년을 마치고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런 문재인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사면 논의에 끼워넣기 할지를 두고 고민한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아직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소집 통보조차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물 건너갈 전망이다. 민주당도 2030 네티즌 괴롭히기를 그만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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