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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물가부터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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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뉴스국 부국장
김수용 뉴스국 부국장

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심화로 국제유가, 식량,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지난 3월 중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올랐고, 4월에도 8.3%를 기록했다. 4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4.8% 뛰었다. 1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임금-물가 연쇄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니 노동자들은 임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임금이 오른 만큼 물가는 더 뛰는 연쇄 상승이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엄청나게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유동성 흡수'에 앞다퉈 나서면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우려도 높아졌다. 미국의 4월 기존 주택 매매 건수는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심각한 상태다.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1년 새 7배나 폭증해 7천 가구에 육박한다.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이 돌도록 해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텐데 인플레이션 위험 탓에 그런 선택을 할 여지가 없다. 당분간 경기가 침체기에 빠져들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시장은 훨씬 더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그 '당분간'이다. 인플레이션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구조적 공급 문제 탓이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미·중 무역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공급망이 무너졌다. 통상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물가도 안정세로 돌아서는데 지금은 그런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이 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기전을 예상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로 곡물 생산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인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설 기미조차 없다. 인도의 3월 평균 최고기온은 1901년 기상 관측 시작 이래 121년 만에 가장 높았고, 파키스탄도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심지어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홍수를 일으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 빵 바구니'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밀, 옥수수 등 2천만t이 넘는 곡물을 수출하지 못했다. 기상이변에다 생산량 급감, 내수시장 가격 상승 등이 겹치자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들은 식량 보호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세계 1위 팜유(종려나무 열매에서 짜낸 기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중단했고,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밀 수출을 중단했다. 아르헨티나·이집트·헝가리·터키도 잇따라 주요 곡물의 수출 금지 및 제한에 나섰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2000년만 해도 곡물자급률이 30%를 넘어섰지만 2020년 19.3%로 역대 최저 수준이 됐다. 국제시장에서 곡물 수급 차질이 빚어지면 우리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꺼낸 핵심 의제는 '경제 안보'다. 에너지, 식량 등 필수 원자재뿐 아니라 산업 필수재인 반도체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국가적 '안보'의 문제가 됐다. 안보와 경제 중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서는 시대는 끝나고, 안보와 경제의 구조적 결합이 시작되고 있다. 이런 결합이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할지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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