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송선용(능인고 교사) 씨의 제자 고 심정민 공군소령

"정민아…너의 옳은 선택, 그 희생을 오랫동안 간직하도록 노력해볼게"

지난 2020년 가을 심 소위가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리려고 송 교사를 찾아와 초밥을 사줬을 때 찍었던 사진. 송선용 교사 제공
지난 2020년 가을 심 소위가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리려고 송 교사를 찾아와 초밥을 사줬을 때 찍었던 사진. 송선용 교사 제공

정민아…. 정민아….

혹시 내려다보고 있니? 말 좀 해봐라. 목소리 한 번만 들려주면 안되겠니?

널 생각하면 가끔씩 선생님은 아직도 방구석에 혼자 앉아서 훌쩍훌쩍 한단다. 그러면 철없는 아들놈이 아무것도 모르고 방에 들어와 "아빠 왜 울어요? 엄마~ 아빠가 갑자기 울어" 하고는 방을 나가버리지…. 그러면 가슴에 쩌엉 정 한방 맞은 듯이 더 아파서 나는 그냥 더 목 놓아 울곤 한단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왜 이렇게 억울한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심정과는 또 다르게 정말 아프구나.

지난 5월 15일도 매년 걸려오는 너의 전화를 철없이 기다렸지. 아직 닫히지 않은 너의 카톡창을 보면서 "정민아 밥은 잘 먹고 댕기나?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적당히 몸 아껴가며 군생활 해래이" 라고 카톡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었지.

수 많은 제자들 중에 너는 내게 친구 같은 제자였다. 일찍 철든 너였기에 선생님과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수다도 떨며 선생님의 교직생활 푸념을 다 들어주며 "선생님 그런것이 사회 생활이죠" 라고 오히려 위로해 주던 너. 이제는 위로 받을 수 없음에 허전함이 끝이 없구나.

올해 5월 15일은 너의 어머님이 선생님을 찾아주셨다. 너 대신 왔다면서…. 선생님은 힘내라며 짧은 글과 함께 맛난 수박에 홍삼까지 양 손 가득히 들고 오셨다. 그런 어머님을 꼭 끌어안으며 "우리 같이 힘내요" 라고 인사를 나누고 돌아와 무겁게 들고 오신 그 수박 먹으면서 또 울었단다. 수박 먹으면서 울고 있는 내 모습이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부끄럽던지…. 선생님은 그렇게 살고 있단다.

울면 안 되는데 하늘에 있는 정민이 마음이 안 편안할걸 알면서도 자꾸 흠칫흠칫하고 있단다.

정민이 누나를 통해서 듣게 된 블랙박스 영상 속에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너의 의연한 모습. 그 의연하게 순직을 맞이하는 너의 그 짧은 순간을 선생님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져며져며 오는 찢어지는 통증과 현기증을 느꼈단다.

'정민아 그냥 탈출하지', '아니야 정민아 잘했어', '너는 군인이었구나.', '샘이 부끄럽구나.',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머릿속으로 배설하며 견디며 살아가고 있단다.

정민아, 너의 숭고하고도 옳은 선택을 기리기 위해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지금 추모시집도 내고, 추모음악회도 열고, 추모동상도 제작하려하고 있고, 희생정신을 기리는 정민이 이름을 건 장학사업도 구상하고 있단다. 선생님이 그 일에 앞장서서 너의 10초 그 군인으로서 선택한 그 희생을 오랫동안 간직하도록 노력해볼게.

가까이에서 한 번 만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편지를 쓰는 동안 계속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구나.

보고 싶다. 훗날 만나자. 우리.

6월에 어느 날 선생님이 너에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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