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수위 거치며 더 나은 정책 구상"vs "일방적 지시·전문성 부족 우려"

경북 시군 단체장직 인수위 활동 본격화…기대와 우려 시선 교차
행정 혁신, 소통·공감대 형성 기대되지만 정책 검증 제대로 될까 걱정도
인수위원 전문성, 향후 영향력 행사 우려하기도

조현일(뒷줄 가운데) 경산시장 당선인과 경산시장직인수위원회가 최근 환경시설사업소를 방문해 올해 11월에 사용기간이 종료되는 생활폐기물 위생매립장 문제에 대한 업무 파악을 하고 있다. 경산시 제공
조현일(뒷줄 가운데) 경산시장 당선인과 경산시장직인수위원회가 최근 환경시설사업소를 방문해 올해 11월에 사용기간이 종료되는 생활폐기물 위생매립장 문제에 대한 업무 파악을 하고 있다. 경산시 제공

경북의 시군 단체장직 인수위원회가 법적 근거를 갖고 역대 최초로 운영에 돌입하면서 지역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 지시나 설익은 정책 설정, 인수위원에 대한 논란 등 적잖은 우려의 시선도 받고 있다. 내달 1일 민선 8기 출범을 앞두고 '가보지 않은 길에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절실하다.

◆인수위, 공직사회에 새 바람

경산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이달 중순 출범한 뒤 실국, 사업소 등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현안이 있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시정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수위 첫 가동이어서 활동에 참고할 기초자료나 로드맵이 없어 모든 것이 처음인 여건이다.

조현일 경산시장 당선인은 "경산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취임 이전에라도 막힌 현안은 빨리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일하는 공무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며 공직사회에 변화를 예고했다.

안동시장직 인수위도 출범 이후 현장 방문을 이어가며 지적된 시민불편을 현장에서 곧바로 조치하는 등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권기창 안동시장 당선인은 인수위 역할로 행정혁신과 '공무원들의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내세우며 민원을 곧바로 처리하는 등 애를 쓰고 있다.

권 당선인은 "공무원이 변하지 않으면 지역 발전도 없다"면서 "일하는 공직 분위기, 일하는 공무원이 대우받는 인사와 조직 운영으로 시민이 원하는 안동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울진군에서도 지난 13일 본격 가동된 인수위에 적극 협조하며 안정적인 시정 이양을 돕고 있다. 군청 공무원들은 인수위 운영이 그간 추진한 여러 정책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군청 한 공무원은 "당선인이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듣는 소문으로 군정을 구상하는 것보다 직접 담당 부서와 현안을 논의하면 서로 간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서 "군청 공무원 역시 인수위 과정을 거치며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인수위, 점령군 행사는 안 된다"

물론 인수위 활동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A단체장 인수위 활동을 두고 공직 내부에서는 '너무 일방적'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와 법령, 주민 반응, 공감대 형성 등 검증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성급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수위원들이 당선인과 함께 현장을 다니며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탓에 당선인 판단과 지적을 수행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무보고 시간에는 인수위원들이 현안 파악이 안 돼 질의응답 위주로 진행,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등 내실을 갖추지 못한다는 뒷말도 나온다.

B단체장 인수위에서는 경험 없는 인수위원들이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초빙, 인수위의 목적과 활동, 실무 내용 등 특강을 벌이는 상황도 벌어진다. C단체장 인수위에는 언론사 현직 종사자가 위원으로 참여해 인적 구성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

지역 관가에서는 인수위원들이 향후 인수위 경력을 내세워 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두고 경계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인수위 운영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D단체장 인수위 관계자는 "사람들은 대통령직 인수위를 떠올리며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공약 이행 계획 수립, 정책 기조 설정 등 한정된 업무를 담당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존속 기간도 임기 시작 후 20일 범위로 돼 있지만 임기 시작일(7월 1일)까지만 운영하는 곳도 있어 시간도 한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수위원은 "한정된 권한, 기간 등으로 인수위가 보여주기 식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면서 "주민, 단체 등이 당선인을 만나 정책 제안을 하고 기존 공약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등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에 처음 운영해보는 만큼 운영이 종료된 뒤 개선점을 찾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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