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안감 인사 초유의 번복, 경찰 '술렁'…이임식할 시간도 없었다

경찰 통제 권고안 나오자 전격 발표된 인사안, 2시간 뒤 번복
경찰청 '실무진 단순 실수' 해명…대통령실, 행안부도 '길들이기 의혹' 부인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걸린 경찰국 신설 반대 현수막. 경찰은 전날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걸린 경찰국 신설 반대 현수막. 경찰은 전날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법치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경찰 고위직 인사가 2시간 만에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로 경찰 내부가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이번 인사가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권고안이 발표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기습적으로 이뤄진 터라 경찰 안팎에서 여러 의혹도 불거져 나왔다.

지난 21일 오후 7시 10분쯤 치안감 28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한 경찰청은 2시간 뒤에 수정된 명단을 재공지했다. 김준철 광주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 공공안전차장에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정용근 충북경찰청장이 중앙경찰학교장에서 경찰청 교통국장으로 바뀌는 등 7명 보직이 처음 발표안과 달라 혼선을 빚었다.

이임식도 치르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진 인사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남현 신임 대구경찰청장은 전날 오후 7시 10분쯤 통보를 받고 새벽 2시까지 이삿짐을 정리하다 다음날 새벽 기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했다.

김병수 전임 대구청장도 이날 아침 일찍 새로운 근무지인 경남청으로 향하면서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과 인사조차 나눌 수 없었다. 대구청 관계자는 "보통 하루 정도 이임식을 할 시간을 주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경찰 내부에선 인사를 놓고 힘겨루기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을 길들이기 위해 행안부와 대통령실이 인사를 번복했다는 의혹이다.

경찰공무원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인사는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행안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함부로 바꿀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이같은 의혹에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인사안이 번복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대통령 결재가 나기도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를 해 이 사달이 났다"고 공개 비판했다.

초유의 인사 사고에 대해 경찰청은 실무진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최종안을 착각한 행안부 치안정책관(경무관)이 잘못된 안을 통보했고, 이후 확인 작업을 거쳐 바로 잡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확인이 미흡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2시간 사이에 인사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물리적으로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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