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칼 세이건 지음·이상헌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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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칼 세이건 지음·이상헌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칼 세이건 지음·이상헌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생전 마지막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 출간됐다. 2001년 국내 출간됐으나 절판된 책을 복간했다.

칼 세이건의 저서 '코스모스'(1980년)는 전 세계 출판계에서 최고 베스트셀러로 평가받았고, 저서 30여 권 중 '에덴의 용'(1978년)은 퓰리처상을 받았다. 외계 생물과의 교신을 다룬 소설 '콘택트'(1985년)는 1997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책인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저자는 과학에 대한 무지와 회의주의 정신의 부재가 낳은 이 유사 과학 유행을 그 기원과 역사로부터 현황과 대안에 이르기까지 깊게 성찰한다.

이 책은 많은 사람이 과학이 아닌, 유사 과학이나 미신, 반지성주의를 신봉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외계인과 UFO, 심령 현상 등 근거도 없고 효력도 없는 주장과 낭설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것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우리가 바라는 환상을 쉽게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며 중요한 존재라는 믿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유사 과학은 과학보다 받아들이기 쉽다. 실재와 마주함으로써 하게 되는 마음 고생을 훨씬 쉽게 회피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중략) 일부 유사 과학의 핵심은 소망이 현실화되리라는 생각이다. 민간 설화나 아이들의 동화에서처럼 우리는 마음속에서 갈망하는 것을 단순히 바라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과 유사 과학의 경계는 어떻게 나눠질까. 저자는 과학은 인간의 불완전성과 오류 가능성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반면, 유사 과학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과학은 오류를 계속 제거해나가며 발전해왔지만, 유사 과학은 애당초 반증을 찾는 게 불가능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사 과학은 과학의 위치와 명성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학의 핵심적인 전제는 인간은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고 인간의 마음과 사고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처럼 완벽함이라는 개념을 배척한다는 측면에서 과학은 민주주의와 겹쳐 보인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과학은 지식을 추구하는 완벽한 도구라고 할 수는 없다. 과학은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과학은 민주주의와 비슷하다. 과학 그 자체는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거나 옹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확실하게 밝혀줄 수 있다."

이 책은 외계인이 타고 온 UFO, 외계인에 의한 납치 사건, 재앙으로 가라앉은 대륙, 초고대 문명의 초고도 과학 기술, 화성의 인면암(人面巖), 밀밭에 몰래 그려진 정체불명의 크롭 서클(미스터리 서클), 악마 숭배, 환생한 뉴 에이지 구루, 초월 명상, 심령 수술 같은 유사 과학, 유사 종교 등에 대해 분석하고 허와 실을 파헤친다.

이어 이런 헛소리들의 바탕에 과학의 오용, 과학에 관한 오해, 나아가 과학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저자 스스로 생각하는 과학의 본질과 정신이 무엇인지 해설한다. 672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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