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박현식(포낙보청기 지역센터 부장, 청능사) 씨의 친구 고 이희준 씨

"너무 일찍 떠난 네가 너무 안타까워서…너를 부를 때마다 실없이 눈물이 맺힌다"

박현식 씨(사진 왼쪽)와 고 이희준 씨의 중학교 졸업앨범 속 사진. 박현식 씨 제공.
박현식 씨(사진 왼쪽)와 고 이희준 씨의 중학교 졸업앨범 속 사진. 박현식 씨 제공.

지금도 보고싶은 친구 희준아, 나를 떠난 그 곳에서 잘 지내고 있니? 난 네가 하늘에서 보살펴 준 덕분인지 잘 지내고 있어. 네가 생각날 때마다 더 가까이 못 지낸 게 너무 아쉽고, 네가 지금까지 살아있어서 나와 함께 했더라면 더 많은 추억을 남겼을텐데 그렇지 못한 게 때때로 안타깝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죽마고우였지. 중학생 때였었나, 너와 함께 여름방학 때 성주에 있는 외갓집에 놀러가서 같이 참외도 따고 경운기도 타면서 재미있게 놀았었지. 함께 방학을 같이 보낼 정도로 친했었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닌 걸 보니 우리는 정말 끈끈한 인연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공부도 잘 했고,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네가 갑자기 아프다고 할 때는 무슨 일인가 싶었단다. 그저 피곤한 모습을 보이길래 공부가 많이 힘든가 했더니 갑자기 급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같은 병이 너에게 닥칠 줄은 누구도 예상 못했을거야. 그것도 고등학교 2학년, 이제 너의 꿈을 펼치기 위한 준비를 착착 해 나가던 그 때 이런 병이 찾아오다니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어.

진단을 받은 이후 너는 서울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지만 결국 대구로 내려와 마지막을 준비해야만 했지. 고3이 되기 전 결국 너는 나와 친한 친구들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버렸지. 학교에서는 말렸지만 나와 친구들 몇몇은 학교 담장을 넘어 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러 갔었어.

너와 내가 가장 많이 추억을 쌓았을 학교 교정을 마지막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보낸 게 아쉽고 안타까울 때가 많아. 네가 태어나서 한 번도 비행기를 못 타봤대서 너의 화장한 유골을 들고 제주도로 가서 뿌렸던 것도 엊그제 일처럼 눈에 선하다. 나는 지금도 네 생각이 불현듯 날 때면 너를 뿌린 장소에 가서 너를 생각하며 소주 한 잔 뿌리고 온다.

가끔 그런 생각한단다. 네가 지금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착하고, 정의감도 있었고, 공부도 나름 잘 했으니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해. 참 멋있었을 것 같아. 이런 생각하면 왜 좋은 사람을 먼저 데려가는지 하늘이 참 원망스럽기도 해.

너를 그렇게 보내고 나서 내 삶도 많이 달라졌어. 나 사실은 원래 직업군인이 되려 했었어. 그런데 너를 보내고 난 뒤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대학도 사회복지 관련 전공을 했어. 대학 졸업 후에는 청주노인복지관에서 4년 동안 어르신들을 위해 일을 했다가, 지금은 다시 대구로 돌아와서 한 보청기 회사에서 청능사로 일하면서 청각에 문제가 있는 분들을 돕고 있어.

그리고 너에게 만약 우리들의 건강한 피가 있었다면 네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그 때부터 헌혈을 계속 해 왔었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전투화에다가 이름 대신에 '헌혈하는 사회복지사'라고 적어두고 내 결심을 계속 되뇌었었어. 지금도 헌혈을 할 때마다 네 생각을 해.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200회 넘게 헌혈을 했더라고. 자랑 같겠지만 헌혈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나의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찾고 도움을 주는 모습에 뿌듯함도 느낀다. 그만큼 더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렇게 살게 된 것도 다 너 덕분이다.

희준아, 너를 부를 때마다 가슴 한 구석에 저릿함이 몰려온다. 너를 하늘로 보낸 지 20년이 지났지만 너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다 큰 어른이 된 나는 실없이 눈물이 맺히곤 한다. 너무 일찍 떠난 네가 너무 안타까워서…. 어떻게든 네가 살아야 할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할게. 나중에 나도 이승을 떠나게 되면 만나게 될 그 곳에서 소주나 한 잔 같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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