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북 한 낙농가 A 대표는 "최근 2년 새 환율·해상운임이 오르면서 사료비도 폭등했다. 이 탓에 올해 우유의 원유인 소젖 생산 비용이 크게 올랐다"고 넋두리했다.
그가 젖소 30마리를 기르며 매일 원유 1톤(t)을 착유해 사료값을 제외하고 받은 1개월치 유대는 115만원 꼴로, 정부 고시 최저임금(시급 9천160원×8시간×30일=219만8천4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A 대표는 "원유 생산비가 2년 전보다 30~40% 올라 1ℓ당 1천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매일유업·남양유업·빙그레 같은 유가공업체는 제값을 쳐주지 않고 정부도 가격산정 제도를 개편한다고 해 어려움이 크다"며 "부부가 월 100만원 소득으로 어떻게 살겠나. 굶어죽을 판이다"고 호소했다.
경북지역 낙농가들이 정부와 유가공업계를 향해 원유 가격을 제대로 쳐달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낙농가의 불만은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 전쟁 등 여파로 사료값이 크게 뛰었음에도 원유값은 올려 받지 못하는 데서 나온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배합사료 가격은 2020년 1㎏당 500~648원에서 지난 6월에는 667~852원까지 치솟았다. 2020년 1t당 348.7달러였던 조사료(목초·건초 등) 가격도 2022년 6월엔 455.2달러까지 뛰었다.
농가 경영이 악화하면서 젖소 사육 규모를 줄이는 농가도 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북 목장 젖소 두수는 지난 2019년 3만3천680두에서 2020년 3만3천859두로 늘었다가 지난해 들어 3만3천711두. 올해 2분기 3만2천582두로 급격히 줄었다.

올해는 농가의 원유 공급가를 책정해 주는 원유가격 협상마저 표류하고 있어 농민들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낙농진흥회 '원유생산 및 공급규정'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가공업체는 매년 5월 통계청이 농축산물 생산비를 발표한 뒤 1개월 안에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꾸리고, 협상을 마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8월 1일 새 원유 기본가격을 적용한다.
올해는 정부가 낙농제도 개편을 목표로 추진하는 '우유 가격결정 구조 개편안'이 원유가격 협상을 가로막고 있다. 이대로는 한동안 지난해 정한 원유 기본가격이 동결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유가연동제는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길 때마다 우윳값이 올라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 등 원료로 쓰는 가공유 가격을 별도로 책정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낙농제도 개편과 원유가격 협상을 병행 추진하려다가 지난 5일 "낙농제도부터 개편한 뒤 원유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유업체 측도 원유기본가격조성협상위원회 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무기한 연기돼 있다.
경영난 속에서 1년 농사 대가마저 보장받지 못한 경북지역 낙농업계 관계자 190명은 오는 12일 경기도 빙그레 남양주공장 앞 '지역별 릴레이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오용관(경일목장 대표) 경북대구낙농협동조합 조합장은 "올해까지는 낙농진흥회 규정에 따라 우선 협상을 마치는 게 이치에 맞다. 정부와 유가공업계는 농민 목숨줄이 달린 원유가격 협상에 응해 달라"고 촉구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