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허정용 신세계의지센터 대표 "대구에도 선진국형 의수족센터 만들고파"

평생 직업 의수족 제작…"국가·건보 현실 반영한 지원 필요"
"재료·장비 수입 의존 가격 높아지고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는 경우 많아"

허정용 신세계의지센터 대표가 자신이 제작한 의수와 의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허정용 신세계의지센터 대표가 자신이 제작한 의수와 의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1990년대 초반 모델로 활동하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와 결혼해 화제가 됐던 사회운동가 헤더 밀스는 '한 쪽 다리가 없는 모델'로도 유명하다. 한창 패션모델 활동을 하던 199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이후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데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것은 바로 의족이었다.

헤더 밀스는 2007년에는 미국 ABC TV의 '댄싱 위드 더 스타'에도 출전, "의족에 의지한 사람도 춤 출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허정용 신세계의지센터 대표는 헤더 밀스와 같은 사람들에게 새 인생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이다. 대구 서구에 있는 그의 연구소 겸 제작 현장 1층에는 다양한 모습의 의수와 의족들이 전시돼 있었다. 각자 쓰임새에 따라 다른 기능을 하는 제품들이라는게 허 대표의 설명이었다.

손과 발을 잃고 허 대표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층은 의외로 다양하다. 젊은 층들은 사고와 산업재해로 손발을 잃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노년층의 경우도 많이 찾아온다. 이들은 사고가 아니라 당뇨병과 같은 질병으로 인해 손발의 말단 부분이 혈관 문제로 괴사해 결국 절단해야 하는 경우 의수족을 제작하러 온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6·25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처럼 전쟁에서 다친 '상이용사' 분들이 많이 찾아왔었어요. 그러다가 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80년대에는 산업재해로 다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았고요. 요즘은 산업재해를 입고 찾아오시는 분은 조금 줄어들었고 각종 질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손발을 절단한 뒤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경우는 3대가 질병으로 인해 손발을 잃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죠."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장래를 고민하던 중 숙부의 주선으로 처음 얻은 일자리였던 의수족 제작은 허 대표의 평생 직업이 됐다. 하다보니 적성에 맞아 젊었을 때는 밤을 새서 연구에 몰두하기도 했다.

허 대표의 도움으로 새로운 손과 발을 얻은 분들은 허 대표에게 감사를 아끼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그의 의수족 덕분에 타인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다며 고마워했고, 농촌에 사는 손님은 허 대표의 도움으로 새로운 손발을 얻자 감사의 뜻으로 농산물을 보내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요?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없이 태어난 아기가 있었어요. 한 대학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해서 갔더니 도저히 방법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기 어머니 눈빛을 보니 도저히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많은 고민과 연구로 테스트용 의족을 만들어 아기에게 착용시켰는데, 아기가 일어서는 겁니다. 의족이 자기의 운명임을 받아들이는 듯 보였어요. 그 기적같은 일어섬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새로운 손발로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지만 허 대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한다. 의수와 의족이 맞춤형으로 제작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제작 재료나 장비가 수입에 의존 중이다. 그래서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거나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200만원이 최대 한도이기 때문에 평균 500만원 가량하는 발이나 종아리 의족의 경우 환자의 부담이 크다.

허 대표는 "젊은 층의 경우 사회생활과 생산활동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더 많은 기능을 넣어야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가격이 올라간다"며 "국가나 건강보험의 지원이 좀 더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의수족 제작 관련 교재가 없어서 이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싶다"며 "지금의 의수족 연구소를 미국이나 유럽에 견줄만 한 선진국형으로 만드는 게 최종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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