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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명절도 틀렸다"…역대급 태풍 '힌남노' 소식에 전통시장 '울상'

"역대급 물난리에 시장보다 마트로 다 가지 않을까" 손님 감소에 근심
태풍 지나가더라도 고물가 행진에 겹시름

지난 4일 오후 5시쯤 찾은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한 상인이 태풍
지난 4일 오후 5시쯤 찾은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한 상인이 태풍 '힌남노'로 인한 비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건어물을 비닐에 포장하고 있다. 임재환 기자

지난 4일 오후 5시쯤 찾은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추석 대목을 일주일 앞뒀지만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고사리를 판매하던 A(60대) 씨는 "거리두기가 없어지면서 이번 명절은 '돈 한번 만져보나' 했는데, 이제는 태풍이 속을 썩이고 있다"며 "시장에 물난리가 나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대형마트로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이 본격화하자 대구 전통시장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첫 명절을 앞두고 매출 반등을 기대했으나 비 피해에 대한 근심만 가득하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는 이날 밤부터 다음날 낮까지 최대 300㎜의 비와 최대풍속 20~30㎧ 수준의 강풍이 예보됐다. 기상청은 이번 힌남노가 지난 2003년 큰 피해를 안겼던 매미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역대급 물난리가 빚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서문시장 상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재산 피해도 우려된다.

2지구 종합상가 내에서 조기를 판매 중인 B(72) 씨는 "아무리 추석이라도 태풍 속에 우산을 들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없다"며 "옛날에도 서문시장은 비가 많이 와서 가게가 침수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 꼴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서문시장이라도 비를 막는 아케이드 천장이 설치된 종합상가와 달리 노점 상인들은 피해가 더욱 크다고 입을 모았다. 1m 남짓한 자체 가림막이 전부인 탓에 폭우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황태를 포장하고 있던 C(70) 씨는 "건어물은 조금이라도 젖으면 썩거나 냄새가 나기 때문에 상품성을 잃는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포장했더라도 어떻게든 빗물이 스며들 텐데 걱정"이라며 "하필 명절이라서 물량도 많이 가져왔는데 남으면 처리하는 것도 일이다"고 말했다.

태풍 후에 이어질 고물가 행진도 근심거리다. 특히 과일은 낙과 피해로 도매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아 물건을 떼오는 상인들은 벌써 걱정이 앞선다.

제11호 태풍 한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경북 포항 죽도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제11호 태풍 한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경북 포항 죽도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과일을 판매하는 D(50대) 씨는 "3개에 1만원 하던 사과가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1만5천원으로 오른다"며 "최대한 싸게 팔더라도 손님들은 오른 물가만 보고 외면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구‧군청 직원들의 장보기 행사를 독려하면서도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 구·군이 맨홀 덮개와 배수구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상인분들도 비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자체 점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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