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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잘 살고 잘 죽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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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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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싶다. 매우 간단한 문장이지만 속뜻은 많은 것이 내포돼 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바로 대답하는 사람은 잘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한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 없이 잘 사는 것이 그토록 원하는 우리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 암 환자 수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과 있었던 기억 상자를 가끔 열어본다.

아마도 8년 전쯤 일인 것 같다. 첫 번째로 대면했던 환자는 21세의 난소암 진단을 받은 대학교 2학년생이었다. 학생은 이미 암이 전신 전이가 됐고 깡마른 몸에 움푹 들어간 눈은 죽음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나는 학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몰랐다.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마음 속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앞에서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력감이 더욱 마음의 무게로 다가왔다.

어느날 학생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스님은 이 우주에 온 이유가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우주라는 큰 범주에 나를 넣어 이유를 물어보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자니, "저는요, 누군가에게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간신히 입을 떼 학생에게 질문을 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겠니?" 학생이 이어 말하길 "나는요, 누군가의 힘든 마음에 빛이 되어 도와주고 싶고 기쁘게 해 주고 싶어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몰랐다.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학생 앞에서 나는 너무 작게만 느껴졌다. 잠시도 헛되이 살지 않는 그 환자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일을 꾸준히 밀고 나가다가도 벽에 부딪히면 바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여러 번 있다. 그때마다 그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 기억을 꺼내본다. 신기하게도 그때 나눴던 대화를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기운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어느덧 나의 죽음에 대해 면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외출할 때 음식 쓰레기나 집 안 청소도 말끔히 해놓고 나온다. 언제 죽을지 모를 시간에 대해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 나의 장례식을 치른 후 마지막 짐을 정리하기 위해 내가 사는 집을 들렀을 때, 더는 정리할 것이 없게 단출하게 잘 정돈돼있도록 하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있어 죽음은 더는 낯선 타인이 아닌 우정을 함께 나누고 늘 가까이 친근하게 다가가 아는 척하고 싶은 그런 벗으로 변해 있었다. 잘 사는 것이 곧, 잘 죽는 것임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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