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고교 재경총동창회 탐방] (6) 일제강점기 대구 시민 함께 세운 '대륜고'

"'민족사학' 대륜정신, 태백산 정기 품고 삼천리 샛별로!"
남다른 조직·추진력 최대 강점…'재경샛별' 회지 분기별로 발간
태백산∼백두대간∼모교까지 100주년 기념 천리길 대장정
대구 코로나 확산 때 1억 기부…서울살이 후배들에 장학학사

이달 3일 재경 동문들이 관악산을 등반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재경동창회 제공
이달 3일 재경 동문들이 관악산을 등반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재경동창회 제공

대륜고 교표
대륜고 교표

(6) 대륜고등학교

개교: 1921년 9월 15일

설립형태: 사립

교훈: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남을 사랑하자.

주요 배출 동문: 이만섭(중 5회) 전 국회의장, 최외홍(고 20회) 전 삼성벤처투자 사장, 김석기(고 22회) 국회의원

소재지: 대구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2700

올해 1월 열린 재경대륜동창회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에서 송두록 재경동창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재경동창회 제공
올해 1월 열린 재경대륜동창회 정기총회 및 신년교례회에서 송두록 재경동창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재경동창회 제공

민족사학 수식어를 달고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고등학교가 대구에 있다. 큰(大·대) 인륜(倫·륜)을 품은 졸업생을 배출하는 학교, 대륜고 얘기다. 1921년 일제 강점기 홍주일, 김영서, 정운기 등 3명의 애국지사가 인재 양성을 위해 세웠다.

지난해 100주년이었고 올해 새로운 100년 역사를 향해 달리고 있다. 뿌리 깊은 역사는 고향 대구를 떠난 서울에서도 만만찮은 조직력으로 이어진다. 강남에 사무실을 두고 사무처와 편집부, 홍보처, 기수별 회장단 등 거미줄 같은 조직을 꾸린 이들은 연례 신년회·체육대회는 물론 100주년 기념 행사도 척척 해낸다.

송두록(고 25회) 재경동창회장은 "재경 대륜고 동창회는 남다른 조직력과 추진력을 갖췄다. 회장이 나서지 않아도 사무국과 협의하면 알아서 기획하고, 수십 가지 과정이 착착 진행된다"며 자랑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힘든 시간도 조직력으로 극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모임이 어려웠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가능한 건 현실로 만들었다.

1985년 창간해 분기별로 발간하고 있는 '재경샛별' 회지도 조직력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서경민(고 32회) 사무처장은 "거리두기로 4명씩 모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4인씩 바둑 시합을 하고, 4인씩 골프를 치고, 4인씩 당구를 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팀별로 시합을 벌여 서울 최강팀을 뽑은 뒤 대구 최강팀과 대항전을 벌이는 행사가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무리해보이는 진행이지만, 지난해 개교 100주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판단 속에 개최한 행사였다. 태백산을 출발해 백두대간을 거쳐 모교까지 이르는 천리길 대장정(울트라마라톤)도 100주년 기념으로 추진됐다.

송 회장은 "교가엔 앞산이나 팔공산이 등장하지 않는다. 저 멀리 있는 태백산이 나온다. 대구라는 공간을 넘어 삼천리 골 곳을 이끄는 마음을 갖길 바라는 기대가 담겼다. 100주년을 맞아 태백산에서 출발하는 천리길 대장정은 꼭 해야 할 프로젝트였다"고 회상했다.

올 봄엔 재경 동문과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 체육대회를 3년 만에 열었다. 잠실보조경기장에 모인 500여 명 동문·가족들은 줄다리기, 릴레이계주 등으로 친목을 다졌다.

지난 4월 열린 재경 동무 체육대회에서 송두록 회장이 전 대회 우승팀에게서 우승기를 받아 흔들고 있다. 재경동창회 제공
지난 4월 열린 재경 동무 체육대회에서 송두록 회장이 전 대회 우승팀에게서 우승기를 받아 흔들고 있다. 재경동창회 제공

재경 동문들은 고향과 모교를 향한 보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송 회장은 "일제 강점기, 대구 시민들이 함께 세웠고 키운 학교가 대륜고"라며 "대륜정신을 살려 시민에게 봉사하고 은공을 돌려줄 수 있는 재경 동문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대륜고 교사였고, '태백산'을 시작으로 한 교가를 쓴 이상화 시인은 "굳은 나의 의지로 나가자. 삼천리 골 곳에 샛별이 되어라"고 노래했다. 이육사 시인이 수학한 대륜고는 일제 강점기에도 한글로 교육하며 민족의 얼을 지키려 애썼다.

월남전 당시 수류탄을 가슴에 안고 전사해 부하들의 희생을 막은, 해군의 수호신 이인호 소령도 대륜고가 낳았다.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남을 사랑하자'가 교훈이었기에 굳은 지조와 함께 보은·희생정신도 가슴 속에 새겼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생하는 고향 대구를 위해 한 달여 만에 1억원이 넘는 기금을 모아 기부하는 저력으로 증명했다. 한 해 수천~1억원에 달하는 장학금도 후배들을 위해 내놓고 있다.

서울살이, 비싼 집값으로 애먹는 모교 출신 대학생들을 위해 오피스텔 5개를 구해 장학학사로 선뜻 내놓기도 했다.

송 회장은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는 게 교훈이지 않나. 장학학사 입소 후배들에게 어떤 생활 관리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주요 대학 교차점 적당한 곳에 추가로 학사를 매입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

새로운 100년 역사를 만들어갈 재경 대륜 동문들은 원대한 꿈도 품고 있다. '오대양육대주프로젝트'를 통해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후배를 만나 교류하고 다양한 인재 발굴을 위한 '노벨프로젝트'로 '천년 대륜'을 구상하고 있다.

송두록 회장은 "수성동 시절 교사가 워낙 커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이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테니스장, 축구장은 물론 야외수영장도 있었다. 대학 캠퍼스같던 그곳에서 생활하니 큰 꿈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젊은 동문 유입이 적어 고민이다. 천년 대륜을 향한 꿈에 더 많은 재경 동문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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