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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어미,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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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소설가

이화정 소설가
이화정 소설가

팬션 주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 곳은 작은 수납장 앞이었다. 낡은 수납장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나는 손뼉을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고양이가 다섯이었다. 분홍 육구가 박힌 발바닥을 달달달 떨며 필사적으로 어미 젖을 빠는 아기 고양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어미 고양이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킨 것은. 목적지는 새끼들을 구경하는 나인 것이 확실해 보였다. 이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새끼들을 해칠까 잔뜩 날이 선 어미의 공격을 각오하며 여차하면 도망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느리게 걸어온 고양이는 배를 내보이며 내 앞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눈꺼풀을 나른하게 깜박거렸다. 그것은 누가 봐도 '나를 사랑해 달라'는 신호였다. 잠시 어리둥절해 있던 나는 손을 뻗어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고양이가 갸르릉갸르릉 소리를 내더니 내 손등에 자기 머리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그제야 알았다. 젖을 내어주고 있는 어미 고양이를 보면서도 나는 그것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을. 어미 고양이가 내게 다가오고 있을 때조차도 '어미'만 보았을 뿐 '고양이'는 보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영화화한 '로스트 도터'는 비교문학 교수인 '레다'가 여름휴가를 떠난 그리스 해변에서 '니나'를 만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니나 곁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어린 소녀를 보며 그들 모녀에게서 당시의 자신을 떠올린다. 사회적 성취를 향해 달려가는 젊은 레다에게는 어린 두 딸이 있다. 남편은 멀리 있고, 양육은 오롯이 그녀의 몫이다. 어린 딸은 1분도 레다를 혼자 내버려 두는 법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레다는, 일과 사랑을 좇아 아이들만 남겨둔 채 집을 떠난다. 니나가 묻는다. "얘들이 없으니 어땠어요?" 레다는 두 눈 가득 머금었던 눈물을 철철 흘리며 대답한다. "너무, 좋았어요."

엄마라면 안다. 아이들이 엄마를 얼마나 가혹하게 사랑하는지. 아이는 엄마를 점령하고, 엄마를 파먹고, 엄마가 아닌 나를 부숴버린다. 대체로 여성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엄마가 된다. 엄마가 되는 순간, 끓어오르는 욕망과 자유를 갈망하는 개인은 사라지고 오직 모성만이 강요되는 삶이 펼쳐진다. 여성에게 요구되는 모성은 남성에게 바라는 부성과 확연히 다르다. 아마 이 서사가 남성이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가는 것이었다면, 영화로 만들어지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여자에게 엄마는, 복잡하고 어렵다.

레다를 이해한다. 이해한다고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고 아름다운 레다에게 집을 나온 그 3년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눈부신 날들이었을 것이다. 레다는 엄마를 버리고 자신을 살았다. 그리고 그 대가로 평생을 짊어질 죄책감을 얻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은 자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엇을 선택하든 다른 한쪽은 반드시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상이든, 벌이든. 그래서 모든 선택은 결국 공평해진다.

팬션을 떠나기 전, 어미 고양이를 최대한 많이 어루만져주었다. 초산임에 분명한 어린 얼굴을 끝없이 바라보았다. '어미'와 '고양이' 사이에서 하염없이 흔들리는 여린 영혼을 만지고 또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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