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고교 재경총동창회 탐방] (8) 희망·신념·아량 품은 화랑 후예들…경주고

재경 동문, "신라 화랑 후예로서 넓은 아량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청마 유치환 선생 '큰 나' 철학 전수…57년 역사 서울동창회 활약 밑거름
최부잣집 종손 최염 선생 나눔 실천…노블레스 오블리주 가르침 산증인

지난달 29일 열린 경주고 서울동창회 동문가족 친선골프대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공
지난달 29일 열린 경주고 서울동창회 동문가족 친선골프대회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공
경주고 교표
경주고 교표

(8) 경주고등학교

개교: 1938년 4월 20일

설립형태: 사립

교훈: 희망은 크게, 신념은 굳게, 아량은 넓게

주요 배출 동문: 최염 선생(1회), 이정락 전 법원장(7회),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16회)

소재지: 경북 경주시 원효로 231

"경주고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동문이 즐비한 곳입니다. 학교 설립자체가 일제강점기 '인재 양성이 미래 국가발전의 초석'이란 점을 간파한 수봉(秀峯) 이규인(1859-1936) 선생의 깊은 뜻에 의해 세워졌거든요. 1938년 개교 이후 수많은 인물이 대한민국과 고향 경주, 모교 발전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손원락 경주고 서울동창회(36회) 사무총장은 모교 동문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희망은 크게, 신념은 굳게, 아량은 넓게'라는 교훈을 고리로 동문들을 향한 애정어린 얘기를 더 이어갔다.

그는 "'아량은 넓게'라는 마지막 교훈에 특히 눈길을 줘야 한다"면서 "세상은 철칙이나 원리보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 변화 많은 세상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주고 졸업생들에게선 신라, 화랑의 후예로서 화랑답기 위해 세상을 품는 넓은 포용력이 느껴진다"고 힘줘 말했다.

경주고 교정에 있는 교훈상.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공
경주고 교정에 있는 교훈상.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공
경주고 교정에 있는 수봉 이규인 선생 동상.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공
경주고 교정에 있는 수봉 이규인 선생 동상.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공

청마 유치환 선생이 경주고 교장으로 근무할 때 가르침인 '큰 나의 밝힘'도 동문들 삶에 자리한 중요한 화두다. '큰 나'란 자신을 뛰어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라는 철학이 담긴 표현으로, 경주고 졸업생들이 사회 어느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더 헌신적이고, 자발적으로 뛰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1965년 10월 결성돼 올해 추대된 제30대 이태우 동문회장까지, 5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고 서울동창회의 밑바탕이 됐다. 경주고 출신 재경 동문은 정부, 기업, 문화, 체육계 등 여러 방면에 걸쳐 포진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경주 최부자 집안 종손으로 역경의 현대사 속 정관계 인사와 교류하며 경주 사람의 가치를 실천한 최염 선생(1회)이 있다. 또 서울형사법원장 출신으로 변호사로 활약하며 경주고도보존회를 이끌어 온 이정락(7회) 회장이 재경 동창회 1세대로 활약했다.

언론계에서는 동아일보 해직기자, 한겨레신문 출신이자 제15·16·17대 KBS 사장을 지낸 정연주 동문(14회)이 있다. 기업인으로는 물류산업 대표 기업인 지산그룹을 이끌며 매년 20억원 이상 나눔과 자선을 실천한 한주식 회장(16회)이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산증인이다.

체육계에선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탁구 금메달 신화를 일으켰고 삼성생명 총감독 등으로 탁구계에 헌신한 강문수 감독(20회)이 1학년 이후 탁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갔지만 스스로 경주고 동문임을 자랑한다. 1982년 야구부를 창단해 지금까지 운영해 오며 수많은 프로야구 선수도 배출했는데 현재 대표적으로 전준우 롯데자이언츠 선수(53회)가 활약 중이다.

종교계 인사로는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 스님(20회)이 전국을 순회하며 행복과 깨우침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경주고 재학시절 학교 인근 신라사찰 분황사로 출가해 도를 깨우친 뒤 정토회를 설립, 불교는 물론 우리나라 종교의 모범 인사로 활동하고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 이후 한국 만화사의 한 획을 그으며 수많은 화제작을 만들어낸 이현세 화백(22회)은 언제나 동문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꼽힌다.

형제 간에 대를 이어 동창회장을 한 경우도 있다. ㈜한보이앤씨 대표이사 이지태 동문(22회)은 고향 발전을 위해 경주교육사업에 헌신하고 있고, 한국수입업협회 회장을 지낸 ㈜미도교역 이주태 대표이사(24회) 역시 동창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손 사무총장은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속한 단체는 물론 그것을 뛰어넘은 사회적 헌신을 마다하지 않았다"면서 "'큰 나의 밝힘'을 실현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방송계에서는 LA아리랑, 순풍산부인과,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을 연출한 김병욱 PD(29회)가 유명하다.

지난 8월 30일 열린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30대 제1차 임원이사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공
지난 8월 30일 열린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30대 제1차 임원이사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고 서울동창회 제공

이 같은 인물을 배출한 경주고 서울동창회는 지역별, 동호회별 모임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인천동문회 ▷일산동문회 ▷분당동문회와 함께 강북·도봉·노원구 중심의 동북부동문회가 결성돼 있다. 등산·골프·바둑·테니스 동호회가 활약 중이며 자전거, 당구동호회도 모임을 이어간다.

특히 골프 동호회는 2016년 국내 고교 동문골프 역사상 최초(?)로 전타석에서 동시에 티업(tee up)하는 행사를 기획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서울동창회 활동이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 때 돌파구로 삼은 것이 온라인 방송이다. 손원락 사무총장은 "아마 유튜브에 동창회TV를 개설한 건 전국 초·중·고·대학교를 통틀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지난해 6월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12차례 방송을 했다. 앞으로도 동문 간 소식을 나누고 훌륭한 동문을 알리는 기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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