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플러스] 면역성 없는 아기 쌕쌕거리면 의심해야…급성 세기관지염

코로나19 팬데믹 지나며 RSV 등 각종 호흡기 감염병 유행
급성 세기관지염 초기 증상은 기침, 콧물 등 감기와 비슷
경한 환아는 통원 치료, 고열·호흡 장애 있으면 입원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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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지면서 기침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소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어른들이나 큰 소아들은 기침 증상이 있더라도 감기처럼 쉽게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영유아의 경우 발열이 동반되는 동시에 기침이 심해진다면, 폐렴이나 기관지염으로 진행한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으로 잠잠했던 호흡기 감염병들이 다시 유행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도 해당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어 면역을 갖추지 않은 소아 환자들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흡기 질환↑

실내 마스크, 확진자 격리를 제외하고 코로나19와 관련된 대부분 방역 규제가 사라지면서 계절독감,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RSV)바이러스 감염병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이 소아·청소년층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와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는 주로 영유아 사이에서 유행하는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인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마스크 착용 등으로 지난 3년간 국내에서 유행이 발생하지 않았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지난 3년간 유행이 없었던 것은 마스크를 쓰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 것 때문이었다"며 "성인들은 알게 모르게 메타뉴모바이러스나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독감에 다 노출됐지만 0~3세 아이들은 노출된 적이 없다. 이는 다행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면역이 없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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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세기관지염(모세기관지염)의 원인

기온이 떨어지면 영아에게서 숨이 가쁘고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를 동반하는 급성 세기관지염(모세기관지염)이 많이 발생한다. 급성 세기관지염은 기관지의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세기관지'는 입과 코를 통해 들어온 공기가 폐포로 들어가는 길 중 하나로, 기관지의 가장 끝부분에 위치하며 지름 1mm 이하의 얇은 모양을 하고 있다.

급성 세기관지염은 주로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외에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마이코플라즈마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최희정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세 이하의 유아, 특히 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동거하는 형제가 감기 등의 가벼운 호흡기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급성 세기관지염의 증상

급성 세기관지염의 대부분 초기 증상은 기침, 콧물 등의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한다. 그러다 점점 기침이 심해지면서 호흡이 빨라지고, 심하게 보채면서 수유를 하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

급성 세기관지염이 있는 소아들을 병원에서 진찰해 보면 폐렴에서 나타나는 수포음(水泡音·거품소리)과 함께 천식에서 특징적인 쌕쌕거리는 소리(천명음)가 나타난다. 심한 경우 무호흡, 청색증, 혹은 가슴이 쑥쑥 들어갈 정도의 호흡 곤란으로 악화될 수 있다.

증상이 시작되면 처음 2~3일 정도는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대부분 환아들은 이후 1~2주 동안 완전히 회복된다.

최 교수는 "하지만 100일 이전의 영아나 기도의 선천 기형을 가진 경우, 혹은 선천성 심장병, 미숙아의 병력이 있는 기관지폐이형성증을 가진 환아는 심한 호흡부전에 빠질 수 있고, 일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원 치료부터 입원 치료까지

급성 세기관지염의 주된 치료 방법은 증세에 대해서만 치료를 실시하는 '대증요법'이다. 발열이 심하지 않고 먹는 양이 잘 유지되는 경한 환아들은 외래에서 통원 치료가 가능하지만, 고열과 호흡 장애가 있는 환아들은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호흡 곤란과 저산소증이 있다면 산소를 투여하게 되며, 빈호흡(호흡수가 증가하고 동시에 호흡이 얕아진 상태)과 수유량 감소에 따른 탈수를 교정하기 위해 수액 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항생제는 병합된 세균성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기관지확장제를 흡입해 천명음이 감소하거나, 호흡음에 호전이 있다면 지속적인 흡입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고위험 환아에서는 호흡부전으로 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최 교수는 "급성 세기관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많이 유행하는 시기에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가정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수분 섭취를 하는 것이 좋다"며 "또 야외활동 후에는 손을 씻어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된 원인이 되는 RSV에 대한 단일항체 예방접종인 '시나지스'가 개발되어 있고, 미숙아, 청색증형 심장병, 기관지폐이형성증 등의 적응증이 되는 환아들에게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희정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최희정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각종 호흡기 감염병 예방 수칙(자료: 질병관리청)

1) 올바른 손 씻기의 생활화

-외출 후, 식사 전·후, 코를 풀거나 기침한 후, 용변 후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신생아나 영유아와 접촉 전·후 반드시 손 씻기(산후조리원, 영유아 보육 시설은 각별히 주의 필요)

2)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 만지지 않기

3) 장난감, 식기와 물컵 등은 함께 사용하지 않기(특히 영유아들은 쇼핑몰과 같이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기)

도움말 최희정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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