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당,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보이콧 "헌정사 오점"

역대 가장 적은 인원만 참석…시간도 18분 28초 최단 기록
여권 "도리 저버렸다" 맹비난…대통령실 "유감이고 아쉽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장제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선 국회 시정연설을 거부한 제1야당의 행태를 두고 여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측근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당 대표 방탄에 골몰하느라 국회의원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정최고책임자가 의회를 방문할 때 선량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품격조차 찾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헌정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치권에선 입법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의회의 권위를 실추시킨 좋지 않은 선례(先例)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 전반에 관한 소신과 내년도 예산편성과 관련된 입장을 담은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하지만 원내의석 169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시정연설 불참을 결의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본관 로텐더홀에 집결해 '국회무시 사과하라!', '이 XX 사과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민생외면 야당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일부 의원들은 시정연설이 이뤄지는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윤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들어서자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들어서자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시정연설을 야당이 거부거나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 본회의장 안에서 항의성 침묵시위를 벌이는 경우는 드물게 있었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선 시정연설을 보이콧 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으로 좌석의 절반 이상 빈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성 확보 ▷약자복지 강화 ▷미래준비 철저 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인 고금리와 금융 불안정 상황에서 국가 재정의 건전한 관리와 국제신인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경제 성장과 약자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위해서 국가재정이 건전하게 버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공공부문부터 솔선하여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고,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 지원, 국민 안전과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책임 강화에 투입하고자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이날 시정연설은 역대 시정연설 가운데 가장 적은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최단시간(18분 28초)으로 기록됐다.

이에 대통령실은 '매우 유감스럽고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을 국민께 보고하는 자리에 의원들이 불참하는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민주당이 한 특정인의 사당(私黨)은 아니지 않는가. 공당으로서 책무를 다하기를 바란다"고 불만을 토론했다.

여당의 비판수위는 더욱 높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여년 정치하면서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야당이 대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선택사항, 재량사항이 아니라 의무이고, 국민을 향한 연설"이라고 지적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대구 북구갑)도 "헌정질서에 대한 안하무인"이라며 "스스로 국민의 대표임을 보이콧한 것이다. 이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 '방탄막이'가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까지 포기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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