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부 진입은 언제쯤" 귀중품 눈앞에 두고도 확인 못하는 매천시장 상인들

상품권과 장부 멀쩡할까… 막대한 손실 발생할까 발동동
귀중품 무사할 리 없다며 기대 접는 상인들도
市 “안전 문제 및 현장 보존으로 현재로선 어렵다”

30일 오전 8시쯤 찾은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 도매시장(매천시장). 불이 진화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여전히 내부 진입이 불가하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임재환 기자
30일 오전 8시쯤 찾은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 도매시장(매천시장). 불이 진화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여전히 내부 진입이 불가하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임재환 기자

"내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하니 눈앞에서 점포를 바라볼 수밖에요."

과일 도매상 신모(65) 씨가 다 무너져가는 듯한 점포를 바라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장비들이 온전하지 않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 씨는 "한 대에 500만원하는 당도측정기만 3개가 있는데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부로 들어가 확인해보고 싶지만 무거운 자재들이 겹겹이 쌓여있어 들춰볼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발생한 불이 걷힌 지 닷새가 지났지만 귀중품을 두고 나온 상인들의 속은 여전히 타들어 가고 있다.

30일 오전 8시쯤 찾은 매천시장은 일요일인 탓에 경매가 열리지 않아 몇몇 상인들만 간혹 보일 뿐이었다. 상인들은 임시로 마련된 몽골텐트에서 상품을 정리하다가도 귀중품이 보관된 점포 쪽으로 연신 고개를 돌렸다.

10년이 넘도록 매천시장에서 장사했다는 박모(63) 씨는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은행에 넣을 수가 없어 점포에 보관했는데, 금고 크기가 작아 상태가 괜찮은지 모르겠다"며 "거래처 장부까지 훼손되면 미수금이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손실이 클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화재로 반려견을 잃은 한 점포 가족들은 사체 확인조차 못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들은 "붕괴 위험이 있어서 진입을 못하고 하고 있다. 결국 강아지도 못 꺼내고 있고 철거할 때까지만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워낙에 큰불이 발생한 탓에 귀중품이 무사하지 않을 것 같다며 애당초 기대를 접는 상인들도 많다. 지난 27일 불에 탄 점포에 들어가 5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갖고 나온 한 상인은 모조리 잿더미로 변했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60대 한 상인은 "사무실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 탔는데 종이로 만들어진 상품권이나 차 열쇠들이 멀쩡할 리가 없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며 "조속한 시장 정상화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붕괴 우려에 따른 안전문제와 현장 보존을 이유로 현재로선 내부진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찰 수사와 보험사 조사를 위해서라도 현장 보존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 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화재 원인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화나 방화 같은 단서는 발견된 게 없다. 에폭시 작업이 이뤄진 바닥도 액체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발화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며 "자세한 원인은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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