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찾은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100여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두 손을 모은 채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고 있었다. 국화꽃 수십송이와 은은하게 빛나는 촛불, 희생자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액자도 놓여있었다.
지난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추모 분위기가 사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평소 외국인과 내국인이 뒤섞여 늘 북적이던 이태원역은 시간이 멈춘 듯 엄숙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울음소리와 잔잔한 추모곡 외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고요했다. 인근을 통행하는 차량들도 추모에 동참하듯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이태원역을 찾은 시민들은 다양한 형태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바이올린으로 추모곡을 연주하는 음악인도 있었고 목탁을 치는 스님도 눈에 띄었다. 일부 행인은 소주와 맥주, 콜라 등 청년들이 좋아할만한 식음료를 종이컵에 따라두기도 했다.
추모객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이 추모에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30분이 넘도록 말없이 액자만을 바라보는 청년과 먼발치에서 조용히 흐느끼는 외국인 여성은 이번 참사의 아픔을 대변하는 듯했다. 국화꽃을 두고 소주를 마시며 소리내 우는 할아버지, 경례하는 군인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이태원역 주변은 여전히 참사 당시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빈 페트병, 비닐, 현수막, 마스크 등이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상가 대부분은 문이 닫힌 채 '애도기간까지 휴점한다'는 종이만이 붙어 있었다.
이곳을 찾은 행인 A(60) 씨는 "책임여부를 따지는 것 보다, 이들을 추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들, 딸 정도 나이대의 사람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의식을 잃어갔을 텐데,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B(33) 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이태원을 방문하곤 했는데, 똑같은 곳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그들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고 고통스러워 했다.
인근 대학교 학생인 C(20) 씨는 "오후에 학교 수업이 있는데, 조금 일찍 집을 나서 이곳을 찾았다"며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이 많이 변을 당하신 만큼, 과잠을 입고 찾는 것이 이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일부러 챙겨 입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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