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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 토템과 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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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호 지음/ 나남 펴냄

미국 휴스턴 라이스대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준열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주제로 첫 강의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휴스턴 우주센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우주 비행사들에게서 이상 심리 증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조사를 좀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준열은 한국총영사관으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다. 남극 기지에서 동료들끼리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상한 게 있으니 조사를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조사를 시작한 준열은 두 사건의 공통점인 '우로보로스'를 발견하는 동시에,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 칼 융, 조셉 캠벨 등의 무의식적 세계관과 신화적 상징을 연구해온 한은호 작가가 '토템과 터부'라는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이 소설은 '친부 살해'라는 신화적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운명의 태풍을 맞기 시작한 등장인물들의 인생 역정을 다룬다.

작가는 오일쇼크, 극지과학, 플라즈마 난류, 우주 탐사 등 최근의 국가적·과학기술적 의제들이 다루어지는 현장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다. 동시대의 보편적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지적이고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들이 운명과 그 극복의 문제를 안고 조금씩 삶의 진실에 다가선다.

준열이 반복적인 꿈과 극한상황 속 인간의 이상행동을 계속 추적하며 연구하는 과정은 이야기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휴스턴우주센터의 의뢰로 그가 연구하던 우주비행사들이 환상 속에서 이상한 모양의 기호를 봤다고 똑같이 증언한다. 남극기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현장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기호인 '우로보로스'가 발견된다.

우로보로스는 고대의 선조들로부터 현재까지 전달된 이미지이자, 무의식 속의 오래된 기억이다. 뱀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모양의 우로보로스는 죽음과 동시에 재탄생을 상징한다. 작가는 준열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마치 무의식 속 오래된 기억을 발굴하는 험난한 여정처럼 그렸다. 인간 정신의 심연에 머물고 있었던 그 기억이 마침내 아버지와 마주한 준열의 피를 들끓게 한다. 372쪽, 1만5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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