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앙코르와트 대신 현지 심장병 아동 집 찾아

오후엔 캄보디아 업사이클링 제조 업체 방문…여성채용·보육지원 적극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헤브론 의료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은 14세 한 소년의 집을 방문했다. 이 병원은 김 여사가 전날 방문한 곳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를 위해 한국인이 세운 의료기관이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방문은 전날 심장병 수술을 한 아이들을 만나러 병원을 찾은 김 여사를 보기 위해 참석하려 했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 소년의 사연을 들은 김 여사의 결정으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13일 오전 캄보디아 측이 마련한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이 소년을 직접 만나러 집에 가서 건강 상태를 살피고 위로하게 됐다는 게 이 부대변인의 얘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는 이날 오전 캄보디아 측에서 준비한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하기로 계획돼 있었는데 일정을 바꿨다"며 "내일 배우자 공식 프로그램은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소년은 헤브론 의료원에서 2018년 심장질환 수술을 받았지만 추가로 수술이 필요한 상태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뇌수술까지 받고 회복 중이지만 생활고로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 소년은 태어나기 전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와 형도 건강이 좋지 않아 청소부로 일하는 형수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이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 소년의 어머니는 "12명의 자녀 중 가난으로 4명의 자녀를 잃었다"며 아들의 건강 회복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이 소년에게 "잘 이겨낼 수 있지? 건강해져서 한국에서 만나자"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고, 가족들에겐 "반드시 희망은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야 한다"고 위로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친환경 업사이클링 가방·액세서리 제조 업체인 '스마테리아(SMATERIA)'를 찾았다.

이 회사는 폐(廢)어망 등을 활용해 가방과 액세서리 등을 제조하는 곳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자리를 지원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보육 혜택을 제공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날 직원들을 만나 업체의 워킹맘에 대한 배려와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복지 혜택, 아동에 대한 케어 프로그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여사는 "스마테리아의 의미가 '전환'이라고 하는데, 친환경으로의 전환뿐 아니라 여성의 일자리, 워킹맘,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다"며 여성과 아동에 대한 배려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대변인 "김 여사가 이날 회사를 방문할 때 메고 간 가방도 사과껍질로 만든 가죽 리사이클링 가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