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뻔한 대구 서구 중리동 LPG 충전소 폭발사고 현장에는 숨은 의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 가스 추가 누출을 막기 위해 주저 없이 뛰어들었고,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을 구하면서 대형 참사를 막았다.
18일 LPG 폭발 사고 현장에서 만난 충전소 직원들은 지난 16일 사고 당시 충전소 관계자들이 폭발을 막기 위해 헌신했다는 증언을 쏟아냈다. 이들에 따르면 폭발이 일어나기 전 충전소에 가스 누출 경보기가 울렸고, 경보음 소리에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뛰쳐나와 가스밸브를 잠그는 등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다수의 직원들은 변을 당했다.
증언에 따르면 가스 누출 밸브를 잠근 장본인은 충전소 과장인 A씨로 추정된다. 가스 누출 경보기가 울리자 A과장은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재빠르게 가스 밸브 쪽으로 뛰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구 중구의 한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충전소 근처에 있던 탱크로리 기사는 "차 안에서 기다리던 중 가스 누출 경보기가 울렸다. 사무실 내 일부 직원들은 가스 누출 경보기를 확인하고 있었고, 몇몇 직원은 충전소를 뛰어다녔다"며 "가스밸브를 잠근 사람은 A과장이다. 밸브를 잠그는 과정에서 크게 다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평소에도 남을 잘 돕고, 책임감이 큰 사람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충전소 청소부 배모(66) 씨는 "A씨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다. 기계나 시설, 수도가 고장 나도 아무 불만 없이 혼자서 잘 고치던 사람이다. 충전소 전체를 거의 다 관리했다"며 "처음부터 같이 일했는데, 늘 한결같이 책임감이 넘쳤다"고 했다.
사고 당시 충전소를 찾은 한 손님도 몸에 불이 붙은 부상자 구조에 적극 나섰다. 달서구 성당동에 사는 이병진(60대) 씨는 사고 약 3분 전 충전소를 떠났다가 두고 온 물건을 찾기 위해 다시 되돌아왔다. 하지만 얼마 뒤 폭발이 났고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에 고민할 새 없이 달려들었다.
이 씨는 "몇몇 사람들 몸에는 불이 붙어있었고, 그들이 도와달라고 외쳤다. 너무 무서웠지만 차마 외면할 수는 없었다"며 "불을 끌 도구가 마땅치 않아서 맨손으로 불을 꺼야 했다.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손이 뜨거운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구조 과정에서 손에 화상을 입었고, 이후 넘어져 다리에 타박상을 입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발생한 8명의 부상자 중 5명은 여전히 중구의 화상병원에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PG 충전소 폭발 사고의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폐쇄회로(CC)TV와 인근 차량 블랙박스 등을 계속 확보 중이고, 목격자들의 증언도 계속 듣고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하고 있고 추가 현장 감식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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