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골목 주택가. 하원 학생을 내려주던 지역아동센터 차량 곁으로 다른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갔다.
통학 차량 동승자인 사회복무요원 성모(23) 씨가 먼저 내려 주위를 살폈지만 쉴틈없이 지나쳐 가는 차량들 탓에 아이들은 쉽사리 길을 건너지 못했다. 간혹 빨리 길을 건너려고 도로로 뛰어드는 아이들도 있어서 성 씨는 아이들을 연신 멈춰 세웠다.
이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키가 작은 아이들은 통학 차량에 가려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잘 보지 못한다. 특히 겨울철은 금세 어두워져 아이들이 더욱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안전사고에 대비해 차량 하차 요원이 필요한데 인력이 부족해 사회복무요원이 대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통학 차량 내 보호자 동승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세림이법'의 확대 시행을 앞두고 지역아동센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기존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 통학 차량도 보호자 동승이 의무화되지만 보호 동승자를 둘만큼 지역아동센터의 인력이 넉넉하지 않아서다.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 대구시내 지역아동센터 202곳 가운데 29인 이하인 시설은 154곳(76.2%)에 달한다. 이 가운데 43곳은 통학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문제는 센터 정원이 29명 이하인 시설의 경우 법정 종사자가 생활복지사와 센터장 등 2명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 별도로 차량 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종사자가 운전까지 하는 점을 고려하면 등·하원 시에는 센터에 전문 인력이 아무도 남지 않는 셈이다.
대구시내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종사자 두 명이 모두 차량 등‧하원을 나가면 센터에는 자원봉사자나 사회복무요원 등 비전문인력만 남게 된다"며 "비전문인력이 매일 센터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법정 종사자가 자리를 비웠을 경우 생기는 문제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차선책으로 일부는 대구시가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 인력으로 동승자 업무를 대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지역아동센터는 "노인 일자리 사업체 참여하는 어르신 중에는 거동이 불편해서 수시로 차에 타고 내리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면서 "동승한 어르신이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어 걱정이 더 크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들을 잘 알고 있는 기존 교사들이 등‧하원을 책임지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복무요원이나 노인들은 아동 특성에 대한 인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아동센터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대다수가 법정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낮은 보수와 처우,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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