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 양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국정조사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여당은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예산안부터 처리하고 협의하자고 한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은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며 24일 국회 본회의 채택을 벼르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측근들의 잇따른 구속으로 리더십 위기에 처한 이재명 대표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부터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누가 보더라도 참사를 정쟁화하려는 의도가 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음이 드러나는 등 지휘 라인과 현장의 안이함과 부실이 속속 밝혀지는 단계다.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배치를 요청했다"는 전 용산서장의 국회 행안위 출석 답변은 사실과 다름이 드러났다.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인재였음에도 상부에,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긴 경찰 조직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았다.
반면 지난달 29일 밤 대구 동성로의 클럽 골목. 핼러윈 인파가 집중될 것을 예상한 관할 경찰서는 질서 유지를 위해 기동대 배치를 사전 요청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기동대원 20명을 투입했다. 폭 약 5m 정도 되는 클럽 골목을 중심으로 당일 6만여 명이 동성로 일대에 몰렸지만 안전사고는 1건도 없었다. 대규모 군중이 예상되는 행사에 사전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당국은 주최자가 있는 행사는 경비과가 맡아 치안 대책을 세우는데, 주최가 없으면 112상황실이 관리해 기동대 배치가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최가 있건 없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 특수본이 수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의 직간접적 원인과 영역별 책임 소재를 조목조목 짚고 그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대책 수립 및 집행 실태를 파악해 전반적인 재발 방지책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경찰이 질서유지에 실패했음이 드러났고, 참사에 대한 진상이 모두 규명된 후 최종 지휘 라인까지 문책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정치적 책임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어야 한다. 정부조직법 34조와 재난기본법 6조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재난안전 책임자는 행안부 장관임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향후 수사 결과를 보고 미흡하다면 국정조사 기회는 언제든지 있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수사 결과물이 눈높이에 못 미쳤다면 국민들이 국정조사를 주장할 것이다.
예산안 처리 등 정기국회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일방적인 국정조사 강행은 또 다른 정쟁을 부를 뿐이다. '대장동 수사'를 '이태원 참사'로 대응하려는 첨예한 대립만 고조된다. 이미 야당 일부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를 빌미로 정권 비판 촛불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쳤다. 선도적, 자발적으로 촛불광장에 나온 용기 있는 의원으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아직도 대선 불복을 거론한다. 희생자 추모를 사법 리스크 방탄, 정권 전복의 도구로 삼으려는 것 같다. 그들은 세월호 촛불로 거둔 추억만 기억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