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군에서 며칠 전 기령(機齡) 47년 헬기가 추락해 5명이 사망했다. 헬기의 수명이 법으로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항공업계는 정비와 가동률 등을 감안해 20~25년을 교체 주기로 본다고 한다. 양양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47년 된 헬기라면 새 기종이나 낮은 기령 헬기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고기뿐만 아니라, 전국 임차 헬기 평균 기령이 34.8년으로 전국 지자체들이 산불 예방과 진화에 쓰는 헬기 대부분이 노후기다. 그렇게 운용해도 말이 없더니, 사고가 발생하니 '노후 헬기 문제다' '예견된 사고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 때도 그랬다. 사고가 발생하자 너도나도 '예견된 사고였다'며 분노했다. 압사 사고가 예견됐음에도 그 인파가 이태원에 몰렸다는 말인가? 만약 진심으로 '예견된 사고'라고 믿는다면, 이태원 희생자와 양양 헬기 사고 희생자를 '스스로 사지로 들어간 사람'으로 간주한다는 말이 된다. 사고 당시 이태원 방문객과 소방관, 경찰관을 비롯해 헬기 임대 업체를 '살인마'로 간주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고가 날 줄 알고도 이태원 거리를 찾아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압사 사고를 예견하고도 경찰이나 소방이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을 리도 없다. 추락 사고를 예견하고도 헬기를 운행할 사람도 없다. 질문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사고를 예견해야 함에도 왜 예견하지 못했나? 우리 사회의 무엇이 '사고 위험'을 간과하도록 만든 것인가? 119구급대는 어째서 이태원 현장에 더 빨리 도착하지 못했나? 헬기의 수요 공급과 기령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기에 노후기를 쓰는가? 질문이 적확해야 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우리는 업체의 불법, 정부의 무능을 탓했다. 하지만 청해진 해운이 배의 평형수를 빼면서까지 왜 그토록 많은 화물을 실었는지, 무리하게 선체를 증축했는지, 어째서 위험한 맹골수도를 고집했는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그것이 업체의 '탐욕' 때문인지, 비용과 공급과 규제의 문제인지 관심 갖지 않았다. 엉뚱하게 '음모론' '대통령의 7시간' '얘들아 고맙다'는 말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만 했다. 애초 질문이 잘못됐으니 바른 답이 나올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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