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회 프랑스가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뻐요. 그땐 프랑스 경기를 직접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포르투갈을 꺾는 기적을 눈앞에서 봤잖아요."
지난 3일(한국시간)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3차전이 막 끝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한국인 원정 팬들의 환호와 응원으로 가득 찼다. 포르투갈을 2대 1로 꺾고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상황이기에 경기장 일대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모두가 극적인 역전승의 열기에 젖어있을 때, 멀리서 한국 유니폼을 입고 카타르 월드컵 마스코트인 '라이브(La'eeb)' 모자를 쓴 외국인 남성이 겅중겅중 걸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파비앙(35) 씨. 우리에게 방송인 파비앙으로 친숙한 바로 그 인물이었다. 만면에 미소를 띠며 잰걸음을 걷던 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줬다.
파비앙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프랑스인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 살 때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는 어느덧 한국살이 14년차의 '대한외국인'이다. 한국 사랑은 자연스레 한국 축구대표팀으로 이어졌다. 파비앙은 지난 우루과이와의 1차전을 시작으로 한국의 모든 조별리그 경기를 직관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중 한국을 자연스럽게 '우리'라고 표현했다.
이날 경기를 모두 지켜본 파비앙은 "오늘은 경기 직전부터 좋은 징조를 느꼈다. 첫 실점이 나올 때도 한국이 득점을 할 것이라 믿었다"며 "혼잣말로 '우리는 분명히 할 수 있어'를 계속 되뇌었다"고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 "특히 황희찬 선수가 교체 투입돼 골을 넣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울었다"며 "마지막엔 너무 긴장하면서 봐서 기억이 거의 없다"며 웃었다.
대부분이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때도, 파비앙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이 절망이 아닌, 희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냈다.
파비앙은 "가나전 패배 이후 한국 대표팀의 16강 가능성이 매우 적어졌을 때도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우린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했다"며 "일본도 극적인 역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게 뭐냐는 생각이었다"라며 태극전사들을 향한 신뢰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타깝게도 월드컵 원정 응원은 여기까지다. 이제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한다"며 "이제부턴 멀리서나마 한국 팀의 선전을 계속 응원할 것이다. 한국이 16강에서 멈추지 않길 바란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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