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지산동 무학터널을 통해 출근하는 A씨는 21일 오전 9시쯤 쏟아지는 눈 탓에 차를 돌려야 했다. 황금고가교네거리에서 무학네거리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빙판길을 오르지 못하는 차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반대편 내리막길을 주행하는 차들도 느린 속도로 서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도로를 지나는 시내버스들도 예상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제설차량이 있었지만 적설량과 도로 여건 탓에 차량 흐름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며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들로 아찔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이 오전 출근길 3시간 남짓 내린 눈으로 큰 혼잡을 빚었다. 곳곳에서 접촉·낙상 사고가 잇따르면서 강설 대비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대구지역 강설량은 0.8cm로 지난해 3월 2일(1.8cm) 이후로 처음 눈이 쌓였다. 경찰에 접수된 눈길 교통사고 신고는 44건으로 집계됐다. 오전 8시 50분쯤 성서4차산업단지 인근 왕복 6차로 도로에서 눈길 미끄러짐으로 발생한 5중 추돌사고가 가장 큰 사고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팔공산순환도로, 헐티로, 파계로 등 도심 외곽 5개 구간이 강설로 인해 통행이 중지됐다.
소방에 접수된 신고 내역은 16건이다. 오전 7시 56분부터 9시 57분까지 신고가 집중됐다. 차량 미끄러짐 사고와 낙상 사고가 대부분이었고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도 4건이나 됐다.
평소 눈을 자주 접하지 못했던 시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접지력을 향상시키는 스프레인 체인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은 박모(52) 씨는 "대구에는 눈이 자주 오지 않아 미처 대비를 못했다"며 "심지어 차량이 후륜구동이라 눈길을 주행할 때는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도심 외곽일수록 제설 작업이 더뎌 혼란이 심했다. 수성구 대흥동 알파시티로 출근하는 김모 씨는 "평소 출근길에 앞산순환로를 이용하는데 오늘은 차가 너무 막혀 1시간 30분이나 지각을 했다"며 "터널 안에 별도의 안내도 없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평소보다 속도는 느렸지만 정상 운행했다. 용지역 인근 오르막 구간 등에는 열선이 깔려있어 운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오전 10시 27분쯤 용지역 방면으로 향하던 열차가 태전역을 10m 지나 정차해 다시 후진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선이 미끄러워 제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열차에 타고 있던 시민들이 불안해하자 운행에 문제가 없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대구기상청은 24일까지 경북 서부 내륙에 3~10cm, 울릉도·독도에 10~25cm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22일부터 찬 공기가 남하하며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모레 아침 경북 북부는 영하 15도 내외, 대구경북 남부는 영하 10도 내외 강추위가 전망된다"며 "강한 바람도 불어 더 춥게 느낄 수 있으니 각별한 보온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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