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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재 사각지대’ 방음 터널, 결국 참사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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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발생한 경기도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 터널 화재로 5명이 목숨을 잃고 37명이 다쳤다.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늘 지적되는 것이지만 이번 역시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관련 안전 기준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고 화재 시 작동해야 할 터널 진입 차단 시설도 작동하지 않았다.

위와 양옆이 막힌 방음 터널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터널 내에서 불이 나면 열과 유독가스가 빠져나갈 수 없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현행 방재 규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특히, 방음 터널이 국토안전관리기준상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적정 수준의 안전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옥내 소화전 등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없고 시설물 안전 점검 및 안전 진단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방음 터널의 지붕이 플라스틱 계열 소재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이라는 점이다. PMMA는 인화점이 280℃에 불과해 터널 안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할 경우 도리어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방음 터널을 불연성 소재로 짓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규정조차 없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국토교통부가 2009년 펴낸 도로설계편람에는 방음 터널 시설을 불연성 및 준불연성 재질로 써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2012년 개정된 도로설계편람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고 한다. 방음 효과 기준만 명시해두고 화재 관련 안전 기준을 없애버린 것이다. 국민의 목숨보다 공사 비용 절감만 고려한 개악(改惡)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비슷한 유형의 방음 터널 화재 사고가 2년 전 두 차례나 발생했다. 사망 사고가 아니어서 여론 주목을 받지 않아서였는지 관계 당국은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전국에는 방음 터널이 52곳에 이른다. 방음 터널을 지나다가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다면 어느 국민이 안심하고 도로로 나서겠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전국에 설치된 방음 터널의 패널을 불연성 소재로 시급히 교체하고 안전 규정도 강화하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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