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연경 작심 발언 "구단, 선수 기용 개입한 적 있다"

단장·감독·수석코치 떠나고 어수선한 흥국생명
“회사는 말 잘듣는 감독 선호 누굴 위해 선임되고 경질 되나”
흥국생명, 신임 감독에 김기중 전 수석코치 선임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GS칼텍스 KIXX 배구단의 경기. 5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이 동료의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GS칼텍스 KIXX 배구단의 경기. 5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이 동료의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프로배구 흥행을 주도하는 '월드 스타' 김연경이 소속팀인 흥국생명 구단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사건의 발단은 '감독 경질'이다.

임형준 흥국생명 구단주는 지난 2일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했다. 김여일 단장도 동반 사퇴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단과 선수단의 다리 역할을 했던 김 단장의 퇴진엔 별다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관중 동원 1위, 정규리그 중간 순위 2위를 달리는 팀이니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신용준 흥국생명 신임단장은 5일 "권 전 감독과 김여일 전 단장이 '김연경·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의 로테이션(전·후위 배치)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여 구단주가 경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경기 운영에 전 단장 또는 윗선이 개입했다는 걸 시인하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키웠다.

몇 시간 뒤 간판스타 김연경은 구단의 결정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연경은 "선수 기용에 관한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구단 측이) 원하는 대로 했다가 몇 번 진 경우가 있었다"며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신 단장이 공개한 이유로 권순찬 전 감독을 경질했다면 더 이해되지 않는다"며 "(나와 옐레나를 전위에 두는) 포지션으로도 4패밖에 하지 않았고 좋은 성적을 냈다. 회사(구단)에서 어떻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런 식이라면 모든 감독이 경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감독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김연경은 "회사는 말을 잘 듣는 감독님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다음 감독님이 온다고 해도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놀라운 상황이다. 배구계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고 했다.

팬들도 트럭시위를 벌이며 본격적인 항의에 나섰다. 여자배구팬들이 만든 '여자배구행복기원단'은 6일 오전부터 서울 장충동 태광산업 본사를 시작으로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와 상암동 등을 돌며 트럭시위를 시작했다.

한편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까지 수석코치로 일한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고 6일 밝혔다. 김기중 감독이 어수선한 분위기의 팀을 잘 추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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