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시 머물다 가는 계류장 된 경북대, 학생들의 이야기

"떠나고 싶은 마음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출신대학은 평생을 따라다니잖아요."
"앞날이 보이지 않았어요."… 脫경북대 감행

13일 촬영한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대구캠퍼스 본관.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3일 촬영한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대구캠퍼스 본관.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대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안전 귀가를 돕기 위해 경북대 캠퍼스에 설치된 SOS 비상벨. 매일신문 DB
경북대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안전 귀가를 돕기 위해 경북대 캠퍼스에 설치된 SOS 비상벨. 매일신문 DB

신입생만 수능을 다시 준비하는 게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크다. 언제 마음먹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오랜 기간 쳐다보던 수능 교재를 다시 찾게 되는 때에는 군복무 기간도 있다. 군 복무 시기를 현실적 자각 타임, '현타'의 계기로 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과 취업을 앞둔 4학년생, 그리고 학교를 옮긴 직장인 등 세 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지역인재 추천' 등 좋은 기회들도 분명 있음을 인정하지만 좀 더 높은 확률을 좇는다는 것이었다. '脫경북대'가 답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통상학과 22학번 신입생 A씨.

"체감 상 동기 10명 중 2명은 편입이나 반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원래 반수를 준비했었는데 수능 원서 접수 시기를 놓쳐서 이번에는 수능을 치지 못했어요. 반수를 생각한 이유는 막연하긴 하지만, 서울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죠. 상대적 박탈감도 있어요. 고등학생 때 나랑 성적이 비슷하거나 나보다 더 못했던 애들도 다 서울에 가서 대학을 다니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쟤들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컸죠. 또 주변 어른들로부터 경북대의 위상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많이 듣기도 해서 스스로가 어중간한 상태라는 느낌도 들었어요."

▶"출신대학은 평생을 따라다니잖아요."… 졸업 앞둔 경영학과 19학번 B씨.

취업준비생인 B씨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지역거점국립대인 경북대가 수험생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를 조금을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기에 대구에서 뿌리내리고 살기 위해서는 공무원 입봉, 공기업 입사가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취업에 필요한 대외활동 등 스펙을 쌓을 때도 수도권에 비해 기회가 매우 적다고 느꼈다. 비수도권 대학 출신으로 취업을 준비하기에는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낀다고 했다.

"제가 신입생일 때에도 반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꽤 있었어요. 중앙도서관에서 수능 문제집을 푸는 학생들을 본 적도 있으니까요. 경북대를 떠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건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떠나는 학생들을 하나둘 볼 때마다 체감도가 높아졌어요. 군대 제대하고 다시 수능을 치는 경우도 봤어요.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대다수의 재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경북대의 입학성적이 예전만 하지 않고, 더 높은 점수대의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출신대학은 평생을 따라다니잖아요."

▶"앞으로의 2년이 보이지 않았어요." 脫경북대 택한 C씨.

2년 동안 경상대학에 다니다 다시 수능시험을 쳐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서글픔보다는 새로운 출발의 길에 섰다는 설렘도 있었다는 A씨는 현재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다시 수능 교재를 손에 쥐어든 까닭은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 커리큘럼이나 교수들의 수업 방식이 아니었다. 선배들의 진로였다.

"내다 버리다시피 했던 수능 교재를 주섬주섬 챙겨들 때 눈물이 잠시 났지만 인생 전체를 생각했을 때 이곳에서 버티는 게 더 비생산적일 것 같았어요. 비전이 안 보였거든요. 몇 년 정도는 늦어도 상관이 없죠. 대학생이면 성인인데 자신의 앞길을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동기들끼리 모이면 그 얘기를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선배들의 취업을 보게 되잖아요. 그게 내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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