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스공사 LNG 고가 수입 논란…"민간에 수급권 부여하자"

국내시장 80% 차지…가격 비싸도 관성적 물량 확보
세계 3위 수입국 협상력 의문…민간업체 "공급망 다원화 필요"

가스공사가 사실상 LNG를 독점하는 수입구조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과 물량 예측 실패로 인해 비합리적인 구매가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무경의원실 제공.
가스공사가 사실상 LNG를 독점하는 수입구조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과 물량 예측 실패로 인해 비합리적인 구매가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무경의원실 제공.

이번 겨울 서민들은 '난방비 폭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사태의 발단으로 한국가스공사의 천연액화가스(LNG) 고가 매입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가 지난해 도시가스 요금을 36.2% 올려야 할 정도로 가스공사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했는데 실상은 비합리적 구매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한무경 의원은 1일 "이번 사태를 통해 먼저 에너지 안보 강화 대책과 LNG 고가 수입 배경 등 경영을 집중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스공사 국내시장 80% 독점…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개선 필요

난방비 사태의 문제점으로는 가스공사의 시장 독점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LNG 수입 물량의 약 80%가 가스공사의 몫이었다. 나머지 20%를 SK E&S와 GS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민간 업체가 나눴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기업과 가정에서 난방용으로 주로 쓰는 도시가스의 경우 가스공사가 100% 수입한다. 산업용·발전용 비중도 85%에 달한다. 서민 난방은 물론이고 산업용까지 사실상 가스공사의 시장 독점 상황인 셈이다.

이와 함께 가스공사는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LNG 수입국이지만 중국과 일본은 다수 민간업체가 경쟁해 결국 세계적으로도 가스공사만큼 물량을 많이 가져가는 업체는 없다.

문제는 가스공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가스를 사들이는 것에 비해 가격보다 물량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가스 수입 업체로서 누릴 수 있는 가격 협상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탓에 난방비 폭탄이 국내에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가스공사는 국내 수급 상황을 예측해 장기나 단기(스팟)로 계약을 맺고 LNG를 수입한다. 통상 장기 물량이 80%, 단기 물량이 20%이긴 하나 수급 상황에 따라 물량 조절을 협상해 수입 단가에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가스공사는 필요에 따라 가격이 비싸더라도 LNG 물량을 관성적으로 확보하기에 높은 가격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지난 2년 간 국제 LNG 가격이 오르는 시기였던 만큼 장단기 계약이 합산된 통관 가격 평균으로는 제대로 된 가격 비교가 어렵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단기 계약으로 LNG 물량을 확보해야 해 평균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업체는 국제 LNG 가격이 쌀 때만 수입하는 이른바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 격차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가스공사가 주장하는 체리피킹 때문에 가격 격차가 있다는 설명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체리파킹 문제는 한국전력거래소가 철저히 관리 감독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현행 법, 제도 아래에서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간 LNG 산업협회 관계자는 "민간 직수입사들은 경쟁력 있는 연료 도입을 통해 천연가스 공급 채널을 다원화해 국가 에너지 위기 시 사업자 간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시장 개방으로 민간 사업자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 단가가 뛰더라도 오히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나아질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을 위한 협상이 이뤄질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민간에게도 일정 가스 수급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물량 예측 실패, 비쌀 때 가스 구매

가스공사가 가스 물량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난방비가 올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스공사는 지난 2021년 이후 단기 수급 계획을 다섯 차례 이상 수정했다. 그럼에도 가스공사는 과거 물량이 부족해 민간업체로부터 빌려다 쓰기도 했고, 반대로 지난해 11월에는 물량을 사전에 너무 많이 쌓아두는 바람에 값비싼 민간 터미널을 사용한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난달 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재고물량은 통상 200만t인데 지난해에는 130만t으로 줄었다. 국제가스 가격은 '하저동고(夏低冬高)'인데 여름에 구매하지 않다가 연말에는 또 많이 샀다"며 "쌀 때 안 사고 비쌀 때 사서 국민 부담을 왜 늘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수급 예측을 잘못한 것인지, 예측은 잘했지만 불가피하게 인상된 가격으로 사오게 됐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해서인지, 명확한 답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상황 변화, 경제·기온 전망 변동 등을 반영해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주요 수요여건 변화에 따라 수시로 수요 재전망을 통해 안정적 수급관리를 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해명했다.

이어 공사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초고가 현물시장 지속 등으로 인해 수급관리의 어려움이 점차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사는 선제적‧체계적으로 대비해 천연가스가 안정적으로 수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스공사의 물량 예측 실패에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공사가 값싼 원자력 발전 대신 비싼 화석연료인 LNG 발전을 늘렸기 때문에 예측치 보다 더 많이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수립한 제12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원전 등 신규 발전소가 대거 진입하면서 발전용 LNG 수요가 1천112만톤(t)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2022년 발전용 LNG 수요량은 2천309만t으로 계획 대비 1천197만t 급증했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7기의 신규원전이 2022년 전력시장에 투입돼야 했으나 5기는 준공이 지연됐고, 월성1호기는 폐쇄되면서 수급 예측이 더욱 불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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