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40권 정도 책을 썼지만, 100년 후에 남을 만한 책이 하나도 있어 보이지 않아 실망했었습니다. 오늘 '한국의 우주관'에 이어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두 번째 책을 출간한 것을 자랑거리로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천문학계 세계적 석학 '별똥' 나일성(90) 연세대 석좌교수는 7일 경북 예천군 단샘어울림센터에서 열린 '과학고서 해제집' 3집 출판기념회에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이날 책 출판기념회에는 출판 사업을 주관했던 (사)과학문화진흥원 김규탁 이사장과 백옥경 원장을 비롯해 나일성 교수와 이계순 상임이사, 정인열 가톨릭대 교수, 집필자 및 연구자 등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책 출판을 위해 예산을 지원했던 김학동 예천군수와 도기욱 경북도의원, 김남일 포항부시장 등을 비롯한 200여 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나일성 교수는 "책 세권을 합치면 1천700쪽이 넘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큰 책이 됐다"며 "예천에 와서 '나일성 천문관'을 짓고 20년 가까이 살면서 여러 일이 있었지만, 책을 쓰는 재주밖에 없는 저에게 김학동 군수께서 길을 열어 주셨다. 감사 드린다"고 했다.
이 책은 지난 2019년 1집을 시작으로, 2020년 2집에 이어 올 해 3집을 펴냈다. 27명의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집필에 참여했다.

이들은 수년에 걸쳐 전국 박물관과 도서관을 다니면서 50여 권에 달하는 옛 과학고서를 탐독하고, 과학 유물에 대한 연구와 실사 등을 거쳐 책을 완성해 냈다.
고려와 조선조 개기일식과 일식에 대한 기록은 물론 '수준기' '축음기' 등 과학기구, '돈황성도' '황도총성도' 등 그림과 책에서 전해지는 옛 과학 연구 기록들을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설명해 놓고 있다.
이번 책 출간에는 또 다른 편저자 이계순(69) (사)과학문화진흥원 이사의 노력도 빼 놓을 수 없다.
중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중국 등지에서 교육사업, 재외동포지원재단과 함께 지구촌 곳곳의 한글학교 지원 사업을 해오던 이 이사는 출판사업을 총괄했다. 필자들과 계약은 물론, 원고가 완성될 때까지 한사람당 편균 50~70여통씩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이계순 이사는 "진흥원은 이번 출판사업과 함께 옛 역서(曆書·달력) 복원사업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옛 과학도서 연구과정에서 얻은 사례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연극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나일성 교수는 안동 도산서원에 들렀다가 인연이 되어 지난 1999년 사재 30여억원을 털어 예천군 감천면 덕율리에 33만㎡(1만여평)에 '나일성 천문관'을 지었다. 소행성 중 한국 이름을 가진 소행성은 '세종'(96년)과 '나일성'(99년.국제천문연맹 소행성 회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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