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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죽음의 고비를 넘어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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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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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음의 고비가 있다. 나는 어릴 때 죽을 고비가 세 번 있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내가 3세 때 자수바늘을 삼켜 죽을 뻔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자수를 잘 놓으셨다. 어느 날 바늘이 없어졌는데 그게 나의 입속에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하셨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나를 낳아 키우면서 여러모로 예기치 않는 경험을 많이 하셨으리라. 다행히 바늘이 뱃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입안에 가로로 걸려있어 바늘을 빼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이질이라는 병에 걸렸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눈앞이 노랗게 변했다. 잘 보이지 않았다. 친구의 손을 잡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깨어나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화장실을 계속 다녔던 기억이 난다. 몸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빠져나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탈진 상태로 아무 힘이 없었다. 그 당시 이질로 죽은 사람들이 많았었다. 어머니는 내가 죽을까 봐 걱정이 많으셨다. 또 한차례 나는 어머니의 지극정성으로 다시 살아났다.

세 번째는 출가 후 17년쯤 지났을 때다. 한참 마음이라는 공부를 하면서 갑자기 벽에 부딪혔다. 무엇인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화가 많았다. 은사 스님께서도 내가 출가 이후 계속 나의 화를 묵묵히 지켜봐 주면서 스스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다려 주셨다. 그런데 나는 그 화를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 화 때문에 재가 신도들에게도 전법을 할 수 없었다. 자신도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서 누구에게 전법을 한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는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였다.

그래서 죽기로 했다. 이제는 내가 살 이유가 없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수행자가 자기 자신을 모르고 날뛰는 모습을 도저히 나는 용납할 수 없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어느 저녁 나는 조용히 두루마기를 입고 산으로 올라가려고 나왔다. 법당 뒤를 오르려고 하는 순간 사제가 팔을 잡으면서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지금 이 고비를 넘기는 것이 마지막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 나는 얼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래, 나에게는 고비가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잘 넘기려고 했었던 그것보다는 그냥 지나왔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여러 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토록 어려운 삶에서 얻어낸 인생길 덕분에 나는 죽음의 전방에서 호스피스 환자를 돌볼 수 있었다. 불교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생에서 끊임없이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다. 아직도 이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하나씩 통찰해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스스로 목숨을 다하려 하는 많은 사람이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더는 생각하지 않게 될 때, 마지막 숨을 헤아리게 된다. 그때 조용히 자신의 숨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고요하게 불어오는 자신의 숨결이 얼마나 고귀하고 삶에 진실한지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가끔은 호흡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인간은 결코 나약한 존재가 아님을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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