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정은 총회장님으로'…北 지령문 받은 민노총 간부의 공작 활동

대북 연락 수단으로 민주노총 홈페이지· 유튜브 동영상 댓글 사용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박광현 수원지검 인권보호관이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박광현 수원지검 인권보호관이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첩 활동으로 구속 기속된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이 받은 북한 지령문에 대남 공작을 위한 조직 결성과 세부적인 활동에 관한 지시 사항이 상세히 포함된 사실일 알려졌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전직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2021∼2023년 3월) A(52) 씨 등과 북한 공작원들이 주고받은 '대북통신문 약정 음어'에는 초월적인 존재라는 의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총회장님'으로 지칭됐다.

또 북한 문화교류국은 '본사'로, 지하조직은 '지사' 등으로 표기됐다. 민주노총은 지하조직 '지사'의 지도를 받는 조직이라는 차원에서 '영업1부'로 불렸다.

각각 지사장과 팀장으로 불린 A씨 등은 지하조직으로 새 인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북한이 지령한 5단계 절차인 '친교 관계 형성→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 촉발→사회주의 교양→비밀조직 참여 제안→적극적 투쟁 임무 부여' 과정을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A씨 등과 접선하기 위해 다양한 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지난 2019년 7월 10일 자 지령문에 따르면 지사장은 약속 시간 5분 전에 약속 장소 위치에서 대기하다가 정시에 '손에 들고 있는 생수 물병을 마시는 동작을 실행하라'고 적혀있고, 북측 공작원이 해당 동작을 확인한 뒤 7∼8m 거리에서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두세 차례 닦는 동작을 하면 양측이 은밀히 접선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만약 미행이 포착될 경우에는 휴대전화로 '두통이 오는데 병원이 가겠다'고 알려주겠다며 지사장에게 미리 고지한 2차(예비) 장소로 갈 것을 지시했다.

통화가 어려운 상황일 경우 북측 공작원이 담배를 피워 물면 미행이 달렸다는 신호로 알고 지사장에게 자연스럽게 장소를 이탈하라는 강령도 있었다.

이 사용됐다. 수사당국은 '실개천'이란 특정 단어가 포함된 민주노총 홈페이지 게시글과 '오르막길' 등 단어가 게시된 유튜브 댓글을 포착해 이들이 연락을 주고받은 창구를 확인했다.

이 밖에도 북측은 A씨 등에게 민주노총을 내세워 주요 사회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물리적·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투쟁 주문했다.

2019년 2월엔 당시 야당 인사의 5·18 망언을 계기로 농성 투쟁 및 촛불 시위를 진행할 것과 같은 해 4월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대비해 계란 투척, 화형식, 성조기 찢기 등의 방법을 연구해 실천할 것을 지시했다. 일본 불매 운동 당시에는 반일 투쟁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을 요구했다.

또 A씨 등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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