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기밀문건 “한국, 北 무인기에 취약…3~5년간 대응 어려워”

2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북한 무인기(드론) 침범을 방어할 준비돼 있지 않고, 이를 바로잡는 데 3~5년이 걸릴 것이라는 미국 정보 당국의 진단이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소셜미디어 '디스코드'에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 문건을 입수해 "미 군사당국은 한국 군이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가 침투했을 당시 무인기를 추적하고 파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방공 능력이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빈약하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적 5대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상공까지 침투한 바 있다. 당시 항적 1대는 대통령실 근처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이에 대응해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급히 출격시켰지만 무인기 격추에는 실패했다.

WP는 이 기밀문건이 올해 3월 초 미군 고위 지도부에 보고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 문건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한국 방공망의 취약한 실태가 문건에 담겼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WP는 "문건이 새로 등장하는 위협에 걸맞지 않은 한국의 무기력한 방공 역량을 지목하며 한국군이 작년 12월 침범 때 무인기를 탐지·추적· 파괴하는 데 고전한 까닭을 새로 조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상 레이더와 항공기 사이의 느린 통신 때문에 대응이 차질을 빚었고 한국 지휘관들에게는 (드론 출몰에 관한) 명확한 교전수칙이 없었다는 내용이 문건에 담겼다"고 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해 북한 무인기 침투 이후 방공망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드론작전사령부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WP는 한국 정부가 올해 말까지는 드론부대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계획을 완전히 이행하고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획득하는 데 3∼5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미국 관리들의 추정이라고 전했다.

문건에는 "한국군이 향후 최소 6개월 동안은 북한 무인기 침범에 일간되게 조율된 대응을 시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관측도 담겼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한국이 공군과 해군에 크게 투자하고, 미사일 대응을 우선시하면서 무인기 침범에 대응할 방공 역량은 소홀히 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소개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 담당 연구원인 엘런 김은 작년 12월 무인기 침범은 한국에 '경종'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미사일, 핵 프로그램에 심하게 사로잡혀 있었다"며 한국이 간과한 그런 점을 북한이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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