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만 이용한 '충성 고객'이었는데 8년 만에 알뜰폰으로 갈아탔어요.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요."
직장인 김수연(29) 씨는 지난달 휴대전화 통신 요금제를 알뜰폰(MVNO·가상 이동망 사업자) 요금제로 변경했다. 알뜰폰을 사용한 뒤 통신비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회사 동료 이야기를 듣고서다. 식당, 카페부터 다중이용시설까지 대부분 장소에 와이파이(Wi-Fi·근거리 무선 통신망)를 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높은 가격대 요금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커졌다.
SKT·KT·LG유플러스 등 3사가 주름 잡아 온 이동통신 업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알뜰폰의 가파른 성장세에 따라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있는 상품이 뜨면서 알뜰폰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이통 3사 가입자 이탈도 빨라졌다.
◆ 이통 3사 가입자 이탈 계속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제공하는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를 이동한 사람은 9만6천79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8만5천391명)과 비교해 13.3% 늘어난 숫자다.
SKT는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시장 내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최근 40%대 아래로 떨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동전화 및 시내전화 가입자 번호이동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4년 새 통신 3사의 시장 점유율은 모두 감소했지만 알뜰폰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T 시장 점유율(3월 기준)은 2019년 40%에서 올해 38.4%로, KT는 32.1%에서 30.4%로, LG유플러스는 22.9%에서 22.7%로 감소했다. 반면 알뜰폰은 이 기간 5.1%에서 8.5%로 증가했다.
알뜰폰 기반인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은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에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 조항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과점 상태던 이통 시장의 경쟁을 정부 주도로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알뜰폰으로 불리는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는 통신망을 보유하지 않고 통신 3사 기간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신망을 보유한 사업자는 도매가격에 통신망을 빌려주도록 규정돼 있다. 통신망을 광고비, 유통비 등을 제외한 가격에 제공하면 알뜰폰 사업자가 경쟁력을 위해 추가 요금을 최소화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식이다.
이런 구조 덕에 통신비를 아끼려는 젊은 층과 취약 계층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아졌다. 최근 들어서는 물가 인상 여파로 지출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알뜰폰으로 요금제를 옮기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분위기다.

◆ 경쟁 심화에 '0원 요금' 등장
국내 알뜰폰 사업자는 70여 개에 달한다. 2012년부터는 SKT를 시작으로 이통 3사도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SKT는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과 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알뜰폰 업계 1위는 KT엠모바일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최근 알뜰폰 브랜드 평판에 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KT엠모바일, 우체국, 스노우맨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16일까지 1달간 알뜰폰 브랜드 빅데이터 439만5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다.
KT엠모바일은 최근 데이터 20GB를 제공하는 월 2만원대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미디어로그의 U+유모바일은 4만원대 5G요금제(데이터 50GB 제공)를 출시해 고객 몰이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일정 기간(6~7개월) 0원에 사용하다 프로모션 기간 종료 이후 정상 요금을 내는 '0원 요금제'마저 등장했다. 약정 없는 요금제도 있어 프로모션 기간만 이용하고 해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운영하는 '알뜰폰 허브'를 보면 0원 요금제 상품은 지난달 30여 개에서 현재 70여 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알뜰폰 요금제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아이즈모바일의 LTE(4G) 요금제도 첫 7개월은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상품으로, 이후부터는 3만원대에 기본 데이터 15GB를 제공한다.
◆ 이통 3사는 '5G 중간 요금제' 출시
이통 3사도 이에 뒤질세라 새 상품을 선보이고 나섰다. '5G 중간 요금제'다. LTE 중심인 알뜰폰과 달리 5G 인터넷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새로 출시하는 5G 중간 요금제는 SKT 4종, KT 3종, LG유플러스 4종으로 모두 11종이다. 온라인 전용 가입 상품과 청년·시니어 요금제를 포함하면 20개를 넘는다.
KT는 내달 2일부터 50∼90GB 구간의 5G 중간 요금제 3종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월 이용료가 6만원대인 ▷심플 50GB ▷심플 70GB ▷심플 90GB로, 2천원을 더 내면 데이터가 20GB씩 추가된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젊은 층을 겨냥한 상품이다.
시니어 고객 전용 요금제 4종도 출시했다. 데이터 10GB를 이용하는 만 65세 이상은 월 4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 더해서 KT는 일반 요금제보다 약 30% 저렴한 온라인 전용 무약정 요금제 '5G 다이렉트 요금제' 5종을 오는 7월 출시하기로 했다.
SKT는 데이터 37~99GB를 제공하는 6만원대 요금제 4종을 신설했고, LG유플러스의 경우 월 6~7만원대 요금제 4종(데이터 50~125GB)으로 구성했다.
요금제가 10GB 단위 수준으로 세분화하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기본 가격대가 여전히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업계는 중간 요금제를 계기로 경쟁이 점차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가계 통신비를 낮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요금 선택권 확대와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통신사들과 협의해 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5G 중간 요금제를 두고 "여전히 서비스 품질과 요금에 대한 다양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통신 시장의 실질적이고 활발한 경쟁이 이용자 편익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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