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승희 경북대병원 Wee센터장 "지금 10대들 정서적 위기…언제든 대화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코로나19 확산 과도한 스트레스 경제난 정신건강 위험으로 내몰아"
"대처할 방법 배우지 못해 더 위험 '우울증 갤러리' 접속 진통 효과뿐"

원승희 경북대병원 Wee센터장. 이화섭 기자.
원승희 경북대병원 Wee센터장. 이화섭 기자.

올해 봄부터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 갤러리'에서 촉발된 청소년 자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10대 청소년이 투신한 사건의 경우 그 과정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중계까지 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지역 청소년들의 자살예방과 관련한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경북대병원 Wee센터의 원승희 센터장(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우울증 갤러리'로 촉발된 청소년 자살 문제를 포함, 전반적인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 센터장은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야기된 청소년의 극단적인 선택이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봤다.

"중계를 했다는 건 새로운 형태라고 봅니다. 문화적으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봐요. 나의 죽음을 알리고 광고한다는 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인 거죠. 자신의 행위를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범죄가 연루돼 있을 가능성도 있고요."

우울증 갤러리에서 시작된 청소년 자살 문제의 새로운 양상은 코로나19를 극복한 지금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음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원 센터장은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적 어려움과 제대로 된 소통을 배우지 못한 지금의 10대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데다 이를 대처할 만한 방법 또한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뒤인 2011년 청소년들의 자살 관련 수치가 높아진 적이 있어요. 한 동안 쭉 감소세였는데 코로나19 이후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과 관계는 더 연구해봐야 하겠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게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확인되는 모습입니다. 또 요즘 대부분 10대들이 온라인으로 소통하잖아요. 그러다보면 정보나 인간 관계 접촉이 한 쪽으로 쏠리기 마련이에요. '우울증 갤러리'를 가는 것도 거기 가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잠시 동안은 위로를 받죠.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진통 효과만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계속 부정적 감정을 심화시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게 만듭니다."

정신적 위기에 몰려있는 청소년들을 구제하는 방법은 결국 제대로 된 대화다. 대구시교육청과 대구학생자살예방센터에서 지난 2020년 코로나19와 관련한 학생들의 정신건강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 이후 정서적 위기상태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625명의 10대 학생들 중 46.7%가 '혼자 방안을 모색한다'고 답했다. 혼자 끙끙 앓고 있는 상황에 '왜 극복하지 못하니'라는 식의 다그침이나 나무람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원 센터장은 자신의 자녀가 우울증 갤러리에 자주 드나드는 걸 목격했을 때의 대처 방법을 알려줬다.

"부모님이 일단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왜 우울증 갤러리에 접속했느냐'고 차분히 물어보세요. 자녀는 분명 '왜 그걸 들여다봤느냐'며 화를 낼 겁니다. 하지만 같이 화 내거나 다그치면 상황은 악화됩니다. 몰래 보게 된 건 미안하다고 하시고, 걱정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세요. 그리고 솔직히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다시는 접속하지 마라'는 식으로 약속을 어거지로 이끌어내지 마세요. 부모가 언제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 줄 자세가 돼 있다고 여기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겁니다. 만약 일상생활이 너무 달라져 있는 모습이 발견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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