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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플러스] 박재찬 경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눈썹 절개 뇌동맥류 수술 1천례 돌파

일반적인 개두수술 대신해 실시…눈썹 위 피부 3.5cm 절개
일상 조기 복귀 가능…수술 후 환자 충격, 우울감 줄어
"수술 받는 환자 트라우마 고려해야…눈썹 절개 수술은 환자에 대한 '배려'"

뇌동맥류
뇌동맥류
박재찬 경북대병원 진료부원장(신경외과 교수). 허현정 기자
박재찬 경북대병원 진료부원장(신경외과 교수). 허현정 기자

대개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수술 경과는 물론, 수술 후 빠른 일상 회복 가능성과 미용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해 치료법을 정하려 한다. 의학계에서도 절개 부위를 줄여 수술 흔적을 최소한으로 남기는 '최소 침습 수술'이 이미 다양한 수술 영역에서 최대 화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박재찬(56) 경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경북대병원 진료부원장)는 최근 눈썹 절개를 통한 뇌동맥류 수술 1천례를 달성했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에선 물론, 의사 개인으로서도 국내 최다 성적이다.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눈썹 절개 뇌동맥류 수술 1천례의 성공적인 달성은 이 수술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뇌동맥류란?

뇌동맥류란 뇌혈관이 갈라지는 이음새 부위가 약해지면서 혈류를 지탱하지 못해 마치 풍선처럼 혈관이 부푼 상태를 말한다. 굵은 동맥에서 가는 동맥들로 나누어지는 부분은 혈관 두께가 얇고 구조적으로 약해 파열되기 쉽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혈액이 터져 나오면서 뇌출혈을 일으킨다. 아직 파열되지 않은 채 발견된 뇌동맥류는 '비파열 뇌동맥류'라고 한다. 뇌동맥류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서, 건강검진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 판단 기준

뇌동맥류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다만 뇌동맥류가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뇌동맥류의 크기, 모양, 위치, 환자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우선 크기가 클수록 파열 위험이 높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직경 4mm 이상을 치료 대상으로 본다. 형태가 울퉁불퉁하거나 길쭉하게 생긴 경우, 굵기가 가는 동맥에 생긴 경우에는 파열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치료 대상으로 삼는다.

◆수술 방법

뇌동맥류 수술은 크게 머리를 여는 '개두수술'과 혈관에 가는 관을 집어넣어 실시하는 '혈관 내 수술'로 나뉜다.

개두수술은 15~20cm의 두피를 절개한 후, 노출된 두개골을 5~10cm의 직경으로 열어 뇌동맥류를 찾고, 이를 티타늄 클립으로 묶는 것이다.

혈관 내 수술은 허벅지에 있는 대퇴동맥으로 카테터(Catheter)라는 긴 관을 뇌혈관까지 집어넣은 뒤 뇌동맥류 안을 백금 코일로 채우는 방법이다.

'눈썹 절개 뇌동맥류 수술'은 일반적인 개두수술을 대신해 개발된 수술법이다. 좁은 절개(눈썹 위의 피부 3.5cm 절개와 2cm 직경의 작은 개두수술)를 통해 이뤄지는 수술인데, 두개골 안쪽에서 이뤄지는 과정은 일반적인 개두수술과 거의 같다.

환자가 삭발할 필요가 없고, 절개 부위가 작아 일상으로 빠른 복귀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개두수술에 비해 수술 중 출혈이 적고, 수술 후 환자가 받는 심리적인 충격이 작다는 장점도 있다.

박 교수는 "다만 수술 상처가 작지만 얼굴에 있어 일부 환자는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상처가 회복될 때 불룩하게 흉터가 생기는 켈로이드성 피부인 경우 이 수술법을 권유하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합병증과 후유증을 목표로 재발율이 낮은 방법이 무엇일지 고려해 수술법을 선택한다"며 "개별 환자, 동맥류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므로 경험 있는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눈썹 절개 뇌동맥류 수술. 매일신문 DB
눈썹 절개 뇌동맥류 수술. 매일신문 DB

◆독일 교수 논문 연구 후 첫 집도

박 교수는 1997년 우리나라에서 신경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1999년 미국 의사면허를 취득했고, 미국의 웨인주립대학(Wayne State University), 디트로이트 메디칼센터(Detroit Medical Center) 등에서 근무하며 뇌수술 관련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박 교수가 처음 눈썹 절개 뇌동맥류 수술을 집도한 때는 2005년 12월이다. 당시 박 교수를 찾은 환자는 개두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두피 상태가 나빠 일반적인 개두수술이 어려운 상황을 맞자 돌파구로 눈썹 절개 수술을 떠올린 것이다.

박 교수는 "눈썹 절개 수술을 처음으로 고안한 독일 페르네츠키(Perneczky) 교수의 논문을 분석한 뒤 해당 환자에게 적용하기로 했다"며 "그때 일반적인 개두수술로 이미 500명 이상의 뇌동맥류 수술을 시행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후 2008년에 독일에 방문해 페르네츠키 교수의 실제 수술 과정을 참관했는데, 직접 집도한 수술과 차이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환자 심리도 보살펴야

눈썹 절개 뇌수술은 외모 변화에 민감한 젊은 환자나 수술이 부담스러운 고령 환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는 수술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숙련의를 찾기 어려운 것은 사실상 의사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 수술법 확산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일반적인 개두수술을 하든 눈썹 절개 뇌수술을 하든 수가는 같고, 수술법의 확산을 유도할 수 있는 제약회사나 수술장비 회사 등 배후 산업도 전무하다"며 "의사가 이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은 수술에 부담감을 느끼는 환자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수술을 받는 환자들의 수술 후 심리적 트라우마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의사가 수술 후 경과, 후유증 발생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기본이며, 여기에 환자들이 겪을 심리 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의사들은 수술 후 중증 후유증이 없고, 수술 경과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로 인한 충격과 달라진 외모로 겪는 우울감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시 진료과를 선택하더라도 신경외과 이외의 다른 과는 떠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나를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분야가 신경외과이며, 그만큼 재미있고 매력적이다"며 "수술을 하면서 한 번도 해야만 하는 '노동'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각 환자들을 어떻게 하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수술 중 결정해야 하는 매 순간이 창조적인 행위이며 이는 마치 예술 작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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