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네아저씨의 세계여행기] 숨어있는 작은 전원의 나라 우루과이

유럽풍 건물·예술품 가득…남미 속 '작은 파리'
서쪽은 아르헨·북쪽은 브라질 경계…인구 342만명 세계 최대의 축산국
바다를 품고 있는 수도 몬테비데오, 독립광장·바틀레공원…볼거리 다양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독립광장의 아르티가스동상과 살보궁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독립광장의 아르티가스동상과 살보궁

◆아르헨티나에서 몬테비데오로 가다.

서쪽으로 라플라타강을 건너 아르헨티나, 북쪽으로 브라질과 경계하고 있는, 남미에서 수리남 다음으로 작은 나라 우루과이는 남한의 1.7배, 인구는 부산에 버금가는 342만명인 세계 최대의 축산국이다. 우리에게는 2022년 월드컵 당시 무승부로 비긴 나라, 좀 더 윗세대에게는 국내농업에 큰 영향을 주었던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정도로 기억되는 국가이다. 그 외에는 이 나라에 대해 우리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도 생소한 실정이다.

필자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정이라 두꺼운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을 참고하기에는 시력과 실력 모두가 딸려 배낭에 넣어두고 휴대폰, 사진기, 지갑과 세면도구 등을 간단하게 챙기고선 늘 하던대로 무작정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배를 타고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로 들어갔다.

몬테비데오로 가는 방법은 여객선 터미널(Terminal Buquebus)로 가서 티켓을 구매한 뒤 출국심사를 마치고 승선하면 되는데 몬테비데오로 바로 갈 수도 있고 꼴로니아를 경유해 갈 수도 있으나 경유해서 가는 편이 비록 버스를 환승하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비용은 저렴하다.

람블라해안산책로에서 본 몬테비데오
람블라해안산책로에서 본 몬테비데오

◆어깨에 가방 하나 걸치고 도착한 몬테비데오

오후 늦게 도착한 몬테비데오는 가랑비가 흩뿌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여서 상당히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버스를 타고 찾아간 숙소는 허름한 식료품가게 이층에 자리하고 있었고 안내해 준 방은 여러모로 금액에 비해 많이 부족해 보였다. 내일 다른 숙소를 찾아보기로 하고 우선 밖으로 나와 중심가의 ATM을 찾았다. 우루과이는 ATM에서 US$를 300$까지 뽑을 수 있는데 현지 페소와 함께 달러도 통용되고 있다. 참고로 에콰도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일부 씨티은행)에서 달러인출이 가능했다.

주머니에 달러로 필요한 자금을 채운 뒤, 근처에 있는 독립광장으로 향했다. 날씨 탓인지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독립영웅 아르티가스(Artigas:1764-1850)의 모습도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고 주변도 서서히 어두워져서 여행사에 들러 내일 시내투어를 예약하고는 샌드위치와 음료를 사 곧장 숙소로 올라왔다. 바겟트빵은 엄청나게 큰데 막상 내용물은 빈약해 다 먹지를 못하고 남겼다.

방값도 그렇고 버스료, 식사비, 투어비 등으로 미루어 남미에서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말이 사실로 다가왔다. 왜 그럴까? 국민소득이 남미에서 가장 높다던데 공산품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니 이것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 되어서 그런가? 쓸데없는 남의 나라 참견은 뒤로 미루고 지금 나에겐 잠이 급하다. 그나저나 그다지 볼 게 없을 것 같아 작은 가방 하나에 속옷조차 부족하게 가져왔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독립광장의 아르티가스동상과 살보궁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독립광장의 아르티가스동상과 살보궁

◆남미의 '작은 파리' 몬테비데오 씨티투어

아침에 일어나니 언제 그러했냐는 듯 푸른하늘을 보이는 여행하기 딱 좋은 쾌청한 날씨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조식을 마치고 짐을 챙겨(짐이라야 작은 숄더백 하나가 전부지만) 독립광장으로 나가 투어버스를 기다렸다. 어제 보았던 어두운 느낌의 광장은 오 간데 없고 아르티가스의 청동상이 가운데 버티고 서있는 밝은 광장의 모습은 어제저녁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동상 밑에는 아르티가스의 유해와 전시실이 있지만 투어시간 때문에 들어가지 못했다. 여행에는 날씨가 절반의 몫을 한다더니 역시 맞는 말이다. 동상 맞은편에 있는 살보궁(Palacio Salvo)도 산뜻하게 눈에 들어온다. 사실 살보궁은 실제의 궁전이 아니라 상가, 사무실 등의 용도로 건축된 건물로 당시 남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오늘의 일정은 이곳 독립광장을 출발하여 의회의사당, 메카르도농산물시장, 배틀공원, 축구경기장, 몬테비테오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뷰포인트인 아르마르다공원에서 종료하는 코스로 도시를 한번 훑어보기에는 적당했다.

중심가를 벗어나니 도로와 건물들이 한결 갈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바다를 끼고있는 도시이니 공기도 맑고 비개인 하늘도 한결 푸르러 보인다. 의회의사당은 유럽풍으로 지어져 고풍스럽고 웅장했으나 여타의 나라와 별다른 특색은 없었다.

메카르도농산물시장 안의 과일가게
메카르도농산물시장 안의 과일가게

다음에 들린 메카르도 농산물시장은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모습으로 외관이 보기 좋았을 뿐 아니라 내부의 가게와 진열대도 깔끔해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모양이었다. 역시 농업국가답게 다양한 과일과 야채들을 볼 수 있으며 예쁘게 진열해두었다.

'호세 배틀'대통령(1911~1915)의 이름을 딴 배틀공원에는 스페인어로 도로라는 뜻을 가진 멋진 조각품 '라 까레따(La Carreta)'가 있다. 이 조각품은 우루과이 초창기 운송수단이었던 우마차를 역동적으로 형상화한 청동조형물로 당시 마부들에게 헌정의 뜻을 담아 만들었다는데 마차를 끄는 소들의 긴장된 근육과 소를 모는 카우초의 생생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멋진 작품이어서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배틀공원에 있는 La Carreta
배틀공원에 있는 La Carreta

군데군데 위치한 예술품과 공원 그리고 유럽풍의 건물과 거리모습은 한때 남미의 작은 파리라고 불렸던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해주었다.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축구 잘하는 나라 우루과이는 두번의 월드컵 우승경험을 가진 남미의 축구강국으로 '센타나리오'가 대표팀의 홈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은 6만석 규모의 100년이 다 되어가는 구장인데 1회 월드컵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350만명 남짓한 인구의 나라가 어떻게 피파랭킹 16위이며 우리와 경기를 할 때마다 긴장하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틈바구니에서 지지않으려는 의지가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라 나름 짐작을 해본다. 그래서인지 경기장 외벽에 그려진 힘차게 내닫는 선수의 모습은 한층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아무튼 축구에서는 대단한 나라임이 분명하다.

아르마다르공원
아르마다르공원

◆몬테비데오의 뷰포인트 아르마르다광장

몬테비데오는 라플라타강을 따라 30km에 이르는 해안산책로 '람블라'를 가진 도시로 이 거리 한켠에 위치한 아르마르다광장은 해변을 끼고 굽어있는 시가지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특별한 시설은 없지만 해변을 거닐거나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지는 해를 바라보면 평화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오며 이번 여행을 생각하다

한 나라의 여행을 마치고 떠나려면 늘 아쉬운 법인데 하물며 3박4일짜리 날치기여행이라 더욱 그러하다. 골로니아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푸른 초원과 농장을 보면서 이 나라는 참 목가적인 풍경속에 온순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짧게 지나간 이번 여행이 더욱 아쉬웠다.

별 매력이 없는 나라라고 가기를 망설였던 자신, 매사에 우리나라와 비교하며 판단해버린 오만한 선입견 등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든 여행이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에나 그들 기준의 살아가는 방식과 문화가 있는 법이다. 그 다름이 아름다움이며 가장 큰 볼거리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세계최대의 목축국에 와서 목장 한번 가보지 않은 건 도대체 뭔가!

박철우 자유여행가
박철우 자유여행가

박철우 자유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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