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문하신 '논제' 한 접시 나왔습니다~ 조금 특별한 대구 학생 토론 캠프!

대구시교육청, 대구 학생 토론 캠프 개최
5월 31일~6월 21일까지 학생, 교사 등 총 540여 명 참여
학생 발달단계 따라 학교 급별 수준과 흥미 반영한 토론 프로그램 운영

지난 3일 대구 중구에 있는 사대부고에서 열린 고등학생 토론 캠프에 참여한 지역 고등학생들이
지난 3일 대구 중구에 있는 사대부고에서 열린 고등학생 토론 캠프에 참여한 지역 고등학생들이 '목적 없는 대학 진학과 성공적인 취업 전략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논제를 다루는 월드카페에서 토론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31일 대구월성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초·중·고 학생, 교사 540여 명이 참여하는 대구 학생 토론 캠프를 개최한다.

이번 학생 토론 캠프가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대구시교육청의 대표적인 토론 활동인 '토론 어울마당'과 가장 다른 점은, 학생의 수준을 고려한 토론 형식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기존 토론 어울마당은 300명에서 500명에 가까운 학생, 학부모, 교원, 시민이 모인 대단위 토론회로 초등학교 1학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어울토론(지정도서 읽기-지정도서에서 만들어진 논제로 토론하기)이라는 단일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대구 학생 토론 캠프는 학생의 발달단계에 따라 학교 급별 수준과 흥미를 반영해 ▷초등학생은 독서와 놀이, 토론을 접목한 놀이토론 ▷중고등학생은 독서와 인문학, 토론을 접목한 인문학 독서토론으로 진행함으로써 차별화를 뒀다.

지난 10일 대구 중구에 있는 계성중학교에서
지난 10일 대구 중구에 있는 계성중학교에서 '영업이익이 적자인 병원은 운영을 중지해야 할까?'라는 논제를 다루는 월드카페에서 학생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이 카페, 저 카페 다니며 입맛에 맞는 '논제' 골라 토론!

지난 10일 계성중에서 열린 중등 독서토론 캠프에는 중학교 15곳에서 147명이 참가했고, 앞서 3일 사대부고에서 열린 고등 독서토론 캠프에는 고등학교 24곳에서 239명의 학생과 교사가 참여했다.

중·고등학생 참가자들은 '경제'를 주제로 지정도서인 '청소년을 위한 경제학 에세이'(한진수 저)를 읽고, 저자 특강(5월 화요일의 인문학) 참여 후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경제적 딜레마 상황을 논제로 한 학교 연합 독서토론에 참가했다.

현재 '경제' 과목은 중학생의 경우 3학년 때 3차시 정도 배우고, 고등학생은 '경제' 과목을 선택해야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어렵고도 낯선 과목이다. 토론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혼자서는 공부하기 힘든 낯설고 어려운 경제를 주제로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캠프에 앞서 학생들은 학교별 1개 이상의 경제 관련 토론 논제를 만들고, 참가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난이도, 학생 생활과의 밀접도를 기준으로 논제를 분류하고, 중·고등학교 각각 최종 6개의 논제를 선정했다.

교실 한 곳에 논제 하나당 총 6개의 카페를 구성하고, 각 카페엔 호스트가 1명씩 배치됐다. 호스트를 맡은 학생은 카페 손님으로 온 4~5명의 학생에게 논제를 안내하고, 토론을 진행하며, 토론이 끝난 후 의견을 정리해 발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호스트가 아닌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카페를 옮겨 다니며 논제에 대해 카페에서 나눠준 포스트잇과 이젤 패드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다른 학생들과 토론을 15분간 진행했다.

계성중에서 열린 토론 캠프의 논제 중 하나인
계성중에서 열린 토론 캠프의 논제 중 하나인 '날로 다양해지는 아이돌의 굿즈는 청소년들의 경제관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적은 포스트잇. 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 10일 논제인 '날로 다양해지는 아이돌의 굿즈는 청소년들의 경제관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주제로 토론에 참여한 왕선중학교 최지원 학생은 "나도 몇 년 전 아이돌 덕질을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돌 앨범을 기다렸던 적이 있었는데, 좋았던 마음은 잠시이고 시간이 지나고 굿즈를 점점 방치하게 되면서 굿즈 소비에 회의감이 들었다"며 "이번 토론을 통해 아이돌 굿즈 소비가 청소년들의 경제관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하고, 올바른 소비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다. 다양한 의견을 들어 보며 혼자 생각했을 때와 다른 의견들을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논제 '롯데월드의 매직패스는 새치기인가 혹은 소비자를 위한 정당한 가격차별인가?'에 대해 토론을 펼친 경명여고 김예주 학생은 "자본주의에서 자기 돈을 주고 시간을 사는 것은 합당하며, 아이들의 정서를 책임지는 것은 기업이 아니고 양육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며 "이번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처음 보는 친구들과 다양한 논제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눠볼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대구 달서구에 있는 월성초등학교에서 열린 토론 캠프에 참여한 지역 초등학생들이
지난달 31일 대구 달서구에 있는 월성초등학교에서 열린 토론 캠프에 참여한 지역 초등학생들이 '잘 먹고 잘 사는게 뭘까?'라는 주제로 원탁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초등학생들이 말하는 '잘 먹고 잘사는 것'

학생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의 경우 지역을 고려해 달서구에 있는 월성초(5월 31일), 수성구의 황금초(6월 14일), 북구 복현초(6월 21일)로 나눠 총 3회 운영한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부터 월성초에서 진행되는 초등학생 놀이토론 캠프에는 초등학교 7곳에서 60명, 이달 14일 황금초에는 초등학교 7곳에서 65명의 학생 및 교사들이 참여했다. 오는 21일 복현초에는 초등학교 4곳에서 30명의 학생, 교사들이 참여한다.

이번 캠프에서 초등학생 참가자들은 '진로'를 주제로 지정도서이자 월성초에 근무하고 있는 이인희 수석교사가 저자인 책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이인희 공저)를 함께 읽고, 책과 관련된 퀴즈를 풀며 핵심 질문인 '잘 먹고 잘사는 게 뭘까'에 대해 토론한 후 각자가 생각하는 해답을 찾아 비전선언문을 작성하며 참가자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31일 월성초를 방문해 토론에 참가한 월암초 6학년 윤시우 학생은 "솔직히 비전이 처음에는 무엇인지 뜻도 모르고 있었다"며 "그런데 선생님들이 준비해 주신 비전을 활용한 놀이를 통해 비전이 무엇인지 더욱 재밌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원탁토론 주제인 '잘 먹고 잘 사는게 뭘까?'에 대해선 내가 적었지만 정말 잘 적은 것 같다"며 "내가 생각하는 잘 먹고 잘사는 것은 모든 사람이 배려하고 도우면서 생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다음에도 이런 놀이 토론을 하면 참여해야겠다"고 덧붙였다.

모둠토론 진행강사를 맡은 배혜선 대구 금계초 교사는 "'선생님 놀이토론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던 학생이 어느덧 놀이와 다양한 토론 활동에 푹 빠져 있는 모습에 진행강사로서 흐뭇했다"며 "초등학생들에게는 첨예한 논리가 맞서는 본격적인 토론보다는 말문을 트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번 놀이토론 캠프를 통해 책 읽기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책도 읽고, 쉽게 토론에 접근하게 되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우리 학생들이 성장단계에 맞는 독서와 토론 활동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고, 타인의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는 역량을 높여 소통과 공감의 학교 문화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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